이제는 제법 날이 선선하다 못해, 코 끝이 시린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후끈후끈함이 느껴지는 곳에 다녀왔는데요. 도봉구에 위치한 창동역 문화의 광장에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희망장터’였습니다. 도봉구의 문화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플랫폼 창동 61’의 컨테이너 구조물이 주는 느낌과는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로운, ‘마을’ 그 자체를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들어서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예쁜 그림 엽서전’이었는데요. 가족, 친구, 선생님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들을 캘리그라피로 전하는 전시회였습니다. 인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만든 엽서들인데, 전문가 못지 않은 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몇 개의 글귀들은 날씨마저도 잊을 정도로 따스한 문구들이었고, 바로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조용히 전하는 메시지가 희망장터가 더욱 따스히 보일 수 있도록 꾸미고 있었습니다.
광장의 메인 공연장을 둘러 싼 많은 부스들과 광장 뒷길까지 이어진 장터를 볼 수 있었는데요. 부스에서는 떡볶이, 오뎅, 파전, 짜장면과 같은 친근한 음식들과 부모님 손잡고 따라 온 아이들을 달래 줄 솜사탕도 팔고 있었습니다. 장터의 음식이나 체험을 위한 화폐는 ‘엽전’이었는데요. 1냥에 500원의 가치로 환산되고 대부분의 부스는 2냥을 넘지 않는 선이었습니다. 짜장면 드시고 가시라고 하는 봉사자 분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꽤 한산함에도 불구하고 꼭 들러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부스를 운영하는 모두가 봉사자로 구성되었고, 여러 봉사단체들이 합심해서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먹거리 뿐만 아니라 과학 실험, 캘리그라피, 옛날 교복을 입어보는 등의 체험부스도 있었는데요. 지나가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것도 있었기에 자리에 앉아, 분주히 뭔가 만들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팬 파이프를 만드는 체험이었는데 완성한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신나게 불며 광장 내를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시간이 30여분 남짓 흘렀을까요? 한산하던 광장은 사람이 북적거렸고,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나와 광장 뒷길로 연결되는 장터에서 내놓은 물건들을 보고 있습니다. 아이가 커서 내놓은 아기 옷과 유모차, 식기와 양말, 전자기기, 운동기구 등의 물건들이 대열을 맞춰서 늘어져 있습니다. 어떤 가족의 아이들은 구경하고 가시라며 춤을 추기도 합니다.
나눔 장터에 참여하고 수익금은 전액 기부가 되는데요. 날씨가 추운 탓에 바닥이 꽤 차가울텐데 아이들이 불평하나 하지 않고, 웃고 떠드는 모습에 내심 흐뭇했습니다. 흥정을 하기도 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기부가 된다는 아이의 말에 빙긋이 웃으시며 돈을 건네는 아저씨는 싸게 잘 샀다며, 아이의 볼을 어루만지고는 바삐 가십니다. 도봉구는 몇 해전 손 편지와 화분으로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하여 주목을 받았었는데요. 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화분과 손 편지를 준비하여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는 부스도 있었습니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일찍 배울 수 있는 좋은 체험입니다.
광장에서는 문화공연과 무술 시범, 그리고 골목놀이가 진행되었는데요. 주부로 구성된 밴드 봉사단의 ‘가을이 오면’, 아이들이 가요에 맞추어 춤을 추고, 합기도 시범단의 무술 시범도 하나같이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연습 중에 발목을 접지른 아이가 있었는데, 본인이 준비한 것을 꼭 보여주겠다며, 계속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골목놀이는 전래놀이를 릴레이로 성공하는 활동이었는데요. 자연스레 전래놀이의 방법을 습득하며,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두 시간 가량 ‘희망장터’를 돌아보고 느꼈던 가장 큰 느낌은, 가족들이 함께 오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말로 하는 ‘나눔’보다 몇 배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 소중한 사람과 함께 ‘봉사’하면 더 즐거운 곳, 날씨는 춥지만 ‘마을’이 주는 따스함을 느낀, 나눔의 맛을 아는 사람이 모인 여기는 ‘희망장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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