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충무 아트홀에서 청소년 봉사학습 3차 토론회 “청소년 봉사학습의 숨은 힘 : 아이들의 변화를 위한 비밀열쇠”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청소년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봉사학습 모형과 실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이를 위한 촉진의 원리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졌다. 패널로는 연구를 맡은 곽형모 함께배움 사무처장과 함께 정유진 도봉구자원봉사센터 교육총괄, 허병두 숭문고등학교 교사, 이재경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참석했고, 역시 지난 토론회들과 마찬가지로 지역 자원봉사센터 관계자, 관련 강사 및 교사 등 여러 현장 활동가들이 방청객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사회를 맡은 김의욱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이번 토론회가 내년부터 실천될 청소년 봉사학습 패러다임의 준비기반을 다지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히며 토론을 시작했다.
발제자인 곽형모 사무처장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앞으로 배움의 목적이 단지 모범적인 사람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주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는 점에서, 이에 부합하도록 청소년 봉사학습도 자원봉사를 통해 다양한 실천지식을 배울 수 있는 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청소년들이 자율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며, 그중에서 특히 관련된 여러 주체들이 인식을 바꾸고 촉진자로서 청소년들이 마음을 열도록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촉진자가 터득해야할 원리를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① 정체성을 인정할 것 ②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할 것 ③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라 ④ 좋아하는 것을 도와줘라
⑤ 스스로 결정, 실행, 평가하도록 지원할 것 ⑥막힌 곳을 찾아라 ⑦필요한 것 주기 ⑧삶의 방식과 자주 만나라 ⑨기다려주라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촉진자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① 지원하는 사람 : 아이들이 스스로 채워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사람 ②주인으로 세우는 사람 : 아이들을 선택의 주인이 되도록 대접하는 사람
③숨은 힘을 일깨우는 사람 : 스스로를 알아가도록 돕는 사람 ④가르치기보다는 흔드는 사람 :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
⑤질문하는 사람 : 스스로 답을 찾도록 촉진하는 사람 ⑥서로 배우는 사람 : 아이의 말을 경청해주는 사람
⑦ 자원봉사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사람 :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람
이어진 토론에서는 자원봉사센터, 교육현장, 학생 측에서 사례를 소개하며 이 봉사학습 모형을 활용하는 방안과 개선 의견에 대해 밝혔다.
정유진 도봉구 자원봉사센터 교육총괄은 기존 청소년 봉사활동이 재미없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관계, 칭찬, 자유에 역점을 두는 촉진의 원리를 활용하여 봉사 프로그램 지원 활동을 벌인 결과, 폭발적인 수요와 함께 학생들의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문가의 부족과 체계화의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매뉴얼 개발과 전문가 양성을 향후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이재경 학생은 학생의 입장에서 봉사활동의 어려움을 크게 개인적 측면과 제도적 측면으로 설명했다. 개인적 측면에서는 학업과 병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기성 봉사활동에서 의미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을, 제도적 측면에서는 기관과 학생의 수직적 관계, 보조적 역할을 넘어선 학교의 통제를 앞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허병두 교사는 지난 토론회동안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숭문 따봉을 총괄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봉사학습 모형이 홍익인간 구현이라는 이념과 적극적으로 연계돼야 하고, 학교 현장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방향을 모색하면서, 구체적인 실천 모형과 추진 전략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질의응답 및 조별 토론 시간에서는 연구결과에 대한 방청객들의 지지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소개 사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며
현장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에 있어 각별한 흥미를 보여주는 등, 1차 토론회에서 치열한 반론과 성토가 오갔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호응이었다. 또
조별 토론 발표에서는 대체로 봉사학습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촉진자의 자질과 역할에 대해 참여자들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의욱 사무국장이 “봉사학습을 통해 학생들을 어떻게 성장하도록 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도울 것인가”라고 던진 질문에 대해 모두들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3번에 걸친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나는 걱정과 희망을 동시에 느꼈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학업경쟁 속에서, 학생들은 이 봉사학습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첫 토론회 때 나는 이것이 또 다른 스펙이자, 무거운 짐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당시 대다수의 방청객들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토론이 거듭되고 발전해오면서, 이제 봉사학습이 경쟁으로 지친 아이들에게 휴식을 제공해주는 터전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겨났다. 또다시 아이들을 경쟁하는 기계로 닦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대우하는 배움. 봉사학습이 이를 꼭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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