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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당봉당, 행동을 모으자

[전문봉사단 ①] 열손가락으로 그리는 세상, '강서구 수어사랑친구들'

 
인터뷰. 사진 : 봉보로봉봉 봉대리

 
강서구자원봉사센터에는 조금 특별한 봉사단이 있습니다.  열손가락으로 세상을 그리며 '배리어 프리 자원봉사'에 몸소 앞장서고 있는 <수어사랑친구들>인데요. 교육을 통해 수어와 청각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에 앞장서고,  수어가 필요한 다양한 현장에서 수어 통역 보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수어사랑친구들>이 함께하는 '수어 기초 교육' 현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청각 장애인은 소리로 말을 배울 수 없어 '보이는 언어' 사용하는데, 이 언어가 바로 '수어(手語, Sign language)'입니다. 이처럼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농인'이라고 합니다.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르면 '한국수어'는 '한국수화언어'를 줄인 말로, 한국어나 영어와 같이 독립된 언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수어'는 한국어와는 문법 체계가 다른, 대한민국 농인의 고유 언어입니다. 

 [ 수어 소개 | 국립국어원 (korean.go.kr) ]

 

 
너무나도 조용한 가운데 피아노를 치듯 열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요, 수업에 집중하는 봉사자들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습니다. 청각 장애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 그리고 청각 장애인을 만났을 때 주의사항도 배우고 또 익히면서, 자원봉사 현장에서 있을 수 있는 여러 상황에도 미리 대비해 봅니다.
 

(농아인이 아닌 여러분들은) 수어를 배울 때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해요.
말소리를 들으면 귀가 열리기 때문에 수어에 집중하지 못하고,
소리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표정이 아주 중요해요.
여러분도 말을 할 때 일정한 톤으로 높낮이 없이 표정 없이 말하면,
상대방이 엄청 졸려하지요? 마찬가지랍니다.
수어로 대화할 때 다양한 표정을 지어야 더 신나고 즐겁답니다.

 

 

더 크고 정확하게 입모양이 보일 수 있도록 합니다.
여러분의 손모양이 부정확할 때 단어 뜻에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입모양이 보조적으로 단어 뜻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수어사랑친구들> 매주 목요일마다 정기 모임을 가지고, 청각 장애인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역량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올해로 12돌이 된 <수어사랑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이정희 회장김지현 부회장을 만나 <수어사랑친구들>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수어사랑친구들> 봉사단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
[이정희 회장] 저는 작년 6월 <수어사랑친구들> 신입으로 들어와 아직 수어 초보예요. TV방송, 뉴스를 보다가 수어 통역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나도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강서구자원봉사센터 전문 봉사단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영어를 10년 넘게 배웠지만 여전히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수어도 언어라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농인분들과 취미활동, 문화생활 등을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계속 봉사를 하고 있어요.
[김지현 부회장] 저도 회장님과 같은 기수로 입단해서 이제 1년이 되었고요. 저는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농인분들 대상으로 소방 안전 교육을 하거나, 동료 소방관에게도 수어를 가르쳐 농인과의 소통을 돕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요. 현장에서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으면 무섭고 불안할 테니까요. 그래서 근무가 없을 때 수어도 배우고 함께 봉사도 다니고 있어요.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수어 통역사도 준비하고 있고요.
 
<수어사랑친구들>이 주로 하고 있는 활동들...
신입 봉사 단원들은 '기초 수어 교육'을 수료하면 <수어사랑친구들> 봉사단 정식 단원으로 활동하실 수 있는데요. 우선 매주 목요일 정기 모임에서 중급 심화과정 '수어 회화 교육'을 받을 수 있고요. 등촌4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매월 2회 진행하는 '장애인 사회성 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해 청각 장애인 행사나 활동 지원 자원봉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강서구내 초중고등학교와 각종 기관에서 요청이 있을 때 비장애인 대상으로 인식 개선 교육과 같은 재능 기부 강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회원 분들의 관심과 목표에 따라서 '수어 통역사' 공부도 함께 하려고 계획 중에 있어요.
 
<수어사랑친구들> 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인상에 남았던 것...
휴대폰 어플 중에 우리가 하는 말을 실시간으로 글자로 변환해 주는 어플이 있어요. 많은 청각 장애인 분들이 그 어플을 사용하고 있지만,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거든요. 비장애인들은 상황이나 정황을 확인할 수 있지만, 농인분들은 잘못하면 오해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아요. 조금 들을 수 있는 청각 장애인 분이 다른 청각 장애인 분에게 대화의 상황이나 정황을 말해주고, 잘못된 글자를 알려주고 돕는 것을 보았어요.  본인도  불편한데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수어로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수어 자원봉사' 시작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한마디...
꼭 자격증이 있어야 수어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도와드릴까요?' 이런 기초적인 말들을 한번 배워보시면 어떨까요? 자기 이름도 좋고요. 소통을 위해 잠깐의 수고와 시간 투자를 한다면 아마 더 큰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예요. 그래도 시작이 망설여진다면 <수어사랑친구들>이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망설이지 마시고, 연락 주세요! :)

모두가 수어를 할 수 있는 그날을 상상하며, 감동적인 영상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감동광고] 감동적인 실험, "세상에 편견을 부셔버리다." (feat. 청각장애) - YouTube


 

지역사회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강서구 <수어사랑친구들> 봉사단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다른 자원봉사 현장 소식으로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