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당인동의 멈춰버린 오월 어느날 - Someday Festa
홍보반장 최세희
sehee29@hanmail.net
홍대 앞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상수·당인동, 혹시 들어본 적이 있나요?
조용한 분위기의 상수·당인동은 당인리발전소로 인한 건축물 고도제한으로 발전이 더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동네입니다. 하지만, 5월이 되면 상수·당인동은 축제를 준비하느라 아주 조금 소란스럽답니다.
상수·당인동을 자세히 보게 되면. 이발소 옆에 갤러리가, 슈퍼 옆에 라이브클럽이, 카페가 있는 조금은 어색한 조합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홍대 중심가의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카페, 식당, 갤러리들이 상수·당인동의 거리 사이사이에 새로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오월 어느날 축제는 오래 전부터 거주하는 터줏대감들과 이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인들이 만나 함께 벌이는 조용한 마을 축제입니다.
골목 주민, 아티스트, 그리고 기획자가 함께하는 이 축제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임차인과 임대인의 소통’입니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만 주민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하는 오월 어느 날 축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죠. 그들은 임대료라는 단편적 요소로 인해 힘겹게 이어오던 홍대 앞의 개성, 문화를 지속하기 위해 축제를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월 어느날 축제는 상수·당인동을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참기름 집에서는 깨를 볶아 참기름을 짜고
옆집에서는 원두를 볶아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두 개의 시간이 얽혀 흐르는 공간’
오월 어느날 축제의 프로그램들은 ‘생활밀착형’ 콘셉트를 가지고 진행됩니다.
참기름집에서 배우는 참기름 짜기, 미장원에서 배우는 얼굴형에 맞는 눈썹 그리기, 헤어 드라이 방법 등 소박하지만 실생활에서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가득합니다. 상수·당인동에 거주한 지 2~30년은 거뜬히 넘길 터줏대감들은 이 골목에 얽힌 역사와 추억들을 새로운 주민들과 공유하며 축제를 즐깁니다. 아티스트들은 옷, 생활용품은 물론 손때 묻은 악기를 팔기도 합니다.
하지만, 4년간 이어져 오던 오월 어느날 축제가 이번 해에는 5월에도, 6월에도, 그리고 2014년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축제로 인한 임대료 상승' 때문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던 상수·당인동 골목은 지난해부터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또다시 임대료가 상승했고, 축제가 끝난 뒤 어떤 갤러리, 어떤 카페들은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수·당인동을 떠나는 그들의 모습은 안타깝지만, 경제원리 안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이어지는 것이라는 생각도 떨칠 수는 없습니다.
서로를 위해 진행되었던 축제, 모두가 함께했던 오월 어느 날 축제는 언제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이 축제의 결말이 상수·당인동 골목처럼 아름답게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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