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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C 스토리/활동 이모저모

[2013.04.04] 봉사벙개는 한계였나 - 목욕봉사편

[이천십삼년사월사일 날씨 덥다]



사실 나름 기대했다.

왠지 느낌이 좋았거든...

어렵게 이벤트 상품도 받았다. 어제. 그. 늦은 시간에.

공정무역 커피뮉스..

살짝 잠도 설쳤다.

10명오면 어떻게하지? 더 와도 상관없다고 댓글을 달걸 그랬나?


아침엔 덜덜떨어 오리털파카를 찾고

점심이 되면 더워서 결국 땀이 맺히는 그런날.

팀장님께 꼭 들르는 분식집에 방문해

황금빛 오므라이스를 얻어먹고

혜화역으로 출발했다.


1365자원봉사 포털사이트를 통해

목욕봉사활동을 찾았고

센터 근처로 활동지역을 좁혔다.

관리자가 아닌 봉사자로서 1365포털을 이용해보니 느낌이 달랐다.

지역별로 일감별로 정리된 1365사이트는 괜찮았다.

서버문제만 없다면.


마침 시간과 거리가 적절해

담당 사회복지사와 시간약속과 함께 

갑작스럽게 봉사벙개를 친거다.

그냥 정말 갑작스럽게.


13:00

혜화역 3번 출구엔 중국산 옥수수와 떡을 팔고있는 포장마차가

서울대병원입구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쑥쓰럽게 고개를 이리저리 돌릴 자신이 없었고

괜히 사회복지사선생님께 큰소리로


"서울시자원봉사센터입니다"



목욕봉사는 처음이다.

그리고 사실 해보고 싶은 봉사활동 이었다.

개인적으로 자봉씨는 어르신들이 좋았다.


관리자선생님께서 

혜화역까지 직접 나와 안내해주셨다.

그는 노인복지사 자격증을 준비한다고 했고

혜화역에서부터 복지관에 도착해서,

그리고 도착 후 목욕봉사를 시작하기까지

굉장히 디테일한 직업정신을 발휘했다.

(30년간 여성복 사업을 했다고 했는데 옷센스가 정말 좀 달랐다)


거진 30분간을 더 이어갔는데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이런 복지관은 사회복지사도 수혜자도 외롭긴 마찬가지일것 같다는것.

마치 오랜만에 마음이 맞는 동지를 만난 듯 쏟아내셨는데

열심히 듣고 리액션도 성실하게 임했다.



김혜경어르신은 과묵하셨지만

관리자선생님께서 말이 조금 많으신것 같다고 얘기하니

갑자기 크게 웃으셨다.


어르신과의 라포는 결국 여자들의 수다처럼

'남 걱정'으로 급 형성됐다. 좋았다.

왠지 프로처럼 보이고 싶어 서두르지 않았다.

어르신은 물온도에 굉장히 예민해보였다.

물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다.


순서는 그냥 자봉씨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래봤자 자봉씨가 씻는 방식이지만..)

샴푸를 하면서 어깨넘어 맛사지도 시도했다.

시원하냐 여쭈니 또 크게 웃으셨다. 좋았다.


*목욕봉사의 팁은 물온도 조절과 간간히 미니맛사지 그리고 쫴금 자극적인 수다로 라포형성


들 마른 수건냄새가 어르신의 몸을 닦는다.

그냥 이 시간에 집에 있는 느낌이다.

자글자글한 주름잡힌 손이 따뜻했다.


벙개로 드릴 커피를 까서

즉석에서 대접했다.

함께 주무셨던 어르신도 나와 한잔 더 대접했다.

멋쩍을까 어르신에 대한 것들을 물었다.

같이 나온 어르신은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셔

말씀하시기도 약간 힘드셨는데

애써 목을 축여가며 자봉씨에게 말하셨다.


"와서 고맙지만 계속 올것이 아니면 오지 말아라"


자봉씨에게 출가했냐고 미안하다며 여쭈시더니 

그렇게 말씀하셨다.


관리자선생님은 자식같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기 싫어서 그런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어르신들에게 더 필요한것은

청소나 목욕, 도시락보다 '대화'라고 했다.


그 어르신은 그래.

옷깃만 스쳐도, 그 자글자글한 손만 잡아도

만들어지는 그 정이 무서운거다.



"말해서 뭐해"


김혜경어르신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내 손엔 아직 덜 마른 수건냄새가

시큰하게 남아있었다.


코를 벌려 훅 하고 맡아보았다.

그리고 푹했던 복지관 2호...


문을 닫는 순간까지

김혜경어르신은 나를 보셨다.

짧은 시간이지만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볼 수 있었으면...

달달한 커피와 함께 소소한 수다를 나눴으면...


딱 한시간.

그리고 500원짜리 믹스커피.

오늘은 딱 이만큼이 

세상에서 제일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