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일찍 일어나는 습관으로 먼저 일어나서 마을의 이곳저곳을 다녀보았다.
일자형태로 쭉 이어지는 특이한 형태의 창원마을! 아래 당산에서 위 당산까지 모두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지리산의 정기를 한 몸에 받는 이곳! 지리산을 향해 그 기운을 받으려 두 팔을 벌려 한껏 가슴 가득 안아본다.
아래당산에는 이미 젊은 아저씨 정도로 보이는 분이 그곳 정자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난 처음에 이곳 주민인줄 알았다. ㅎㅎㅎ
새벽녘의 닭 울음소리가 우렁차기만 하다. 더덕 밭도 둘러보고 토마토가 송글송글, 처음 본 보랏빛 봉숭아 꽃, 양봉, 호박꽃, 도라지 꽃, 평화로와 보이는 장독대 등등 시골의 정겨운 풍경들……
당산에서 내려와 마을 위로 올라가려는데 할머니 한 분께서 밖을 내다보고 앉아 계시면서 오라고 손짓하신다. 가서 인사드리고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자식들 다 키워 모두 외지에 나가있고 혼자 이곳에서 생활하신단다. 아드님 댁에서도 머물러 보셨지만 그냥 여기가 좋아서 다시 오셨단다. 그러면서 우리 외지인들(?)에 대한 이런저런 궁금한 사항을 물으신다.
머리는 언제쯤 하냐? 도배도 천장만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등등. 시간을 알려드리고는 꼭 나오시라고 당부 드렸다. 도배 건은 운영진에게 알려 주겠다고 말씀 드리고는 나왔다.
외로워 보이시기도 했으나 옛날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듯이 이렇게 드넓은 자연 속에서 사시던 분들이 도시생활이 적응이 어디 쉬울 수 있을까 할머니 역시 도시 속에서 자식들과는 함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외로워도 당신이 낳고 자란 고향을 떠나 산다는 것은 더 견디기 힘드셨나 보다.
하나하나 마을의 모습들이 정겹기만 하다. 나이가 들면 시골이 좋아 진다더니 나 역시 나의 고향 경기도 안성에서 텃밭을 가구며 사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이곳이 호도와 감이 유명하단다. 그래서 그런지 호도나무와 감나무가 여기저기 많다.
마을회관은 전날 도배를 하느라 온갖 물건들이 마당에 나와 있다. 도배 팀이 유난히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가니 아주머니와 우리 우리팀원들이 아침상을 차리는 중이었다. 대충 씻고는 맛난 두 번째 시골밥상을 받았다. 아주머니의 찌개메뉴가 매일 매일 바뀐다. 임금님 밥상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식사 후 어제 경로당 게이트볼장의 잡초를 작은 거 하나 남기지 않는 깔끔 마무리작업을 한두 시간 후 마을정자로 가서 마을잔치 때 어르신들께 드릴 선물 “포프리”작업이 있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것을 할머니들과 함께 만들었다. 예쁜 머리띠를 한 할머니가 인상적이다.
순간 삐지기도 잘하신 할머니 너무 귀여우시기만 하다 ㅎㅎㅎ
할머니들과 우리 팀들이 같이 하니 100여 개가 일순간에 만들어진 것 같다. 이것의 꽃의 아름다운 향기와 우리의 사랑의 향기도 전해지리라
포프리 작업 후 새참 준비로 감자 까기 돌입이다. 우리 창원마을에 배정된 팀들의 간식을 위해 그 많은 것도 모두의 일손이 모여 수저로도 까고 깎는 도구로도 까서 뭐 금방 뚝딱 이다.
옆에서는 먼저 깐 것은 장작으로 불을 때서 감자 찌기가 이루어졌다.
너무 너무 즐거운 시간~
남자 분 몇 분이서 감자 뜸들이느라 불을 지키고는 우리는 다시 정자로 와서 할머니들과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벽화 팀에서 와서 할머니와 함께 만드는 나무 판을 이용한 벽화작업이 이루어졌다.. 할머니들도 생전 그림 그리는 일이 없다며 못하신다고 하시더니만 막상 잡고 보니 숨은 끼들이 발동되신 것 같다. 솜씨가 여간 아니시다.
감자가 잘 쪄져 드디어 쟁반 하나 가득 정자로 배달이다. 수박과 함께 모두가 모여 이런 행복한 시간이다. 어찌나 맛나던지……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젊은 엄마의 사내녀석 아기도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이 아줌마한테 뽀뽀해 보라고하니 낮도 가리지 않고 너무나 예쁘게 뽀뽀를 한다. 아유 귀여운 것~
잠시 후 우리 제초 팀이 휴식을 위해 위 당산으로 움직이려 할 때 콩 까기 급조 요청이 들어와 모두가 경운기에 가득 싸인 콩 넝쿨을 따는 작업 실시!
제초&조리 팀과 글로벌에코 팀이 합류하니 하니 이도 금방 뚝딱 이다. 이것을 우리 어르신 혼자 하셨더라면 아마 이틀은 족히 걸릴 일 이었을 것이다. 정말 이렇게 작은 힘들이 모이니 모두가 척척 이다. 모두 마치고는 위 당산을 향해간다. 잠시의 휴식이란다. 한 20~30여분 올라갔다. 정말 멋진 장소다 그 오래된 보호수에 그네도 있고 정면 멀리 지리산 천황봉이 보이고 이곳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계단식처럼 논은 그 푸르름이 더 하다.
우리 팀의 막내 민경이는 좋아라 하고 그네를 제일먼저 탄다. 좋을 때다. 나도 잠시 춘향 이가 된 듯이 그네에 앉아 폼을 잡아 보았다.. 그네가 내려앉을까 봐 얼른 내려왔다. ㅋㅋㅋ
위쪽으로는 지리산 둘레마을 트레킹을 하는 분들이 삼삼오오 내려오고 있다. 나중에 지리산둘레마을트레킹을 우리 산악회 사람들과 한번 꼭 와야지 하며 그들이 부럽기만 하다. 마침 그곳에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곳이 있어서 모두가 잠시 더위를 식혀본다.
여백을 미가 느껴지는 하얀 부채 위에 각자가 또한 느껴지는 그대로 그림을 담아본다. 서울매트로 어르신들은 또 숙제를 준다고 행복한 칭얼거림이시다.
너도 나도 그림을 담아본 솜씨를 평가해서 몇 명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 책자를 선물 한다고 한다.
MBC에서 취재를 나와 우리와 같이 2박3일 함께 하신 카메라맨께서 심사를 맡아 주셨다.
어쩜 이렇게도 창의성들이 다양하신지……3명이 모두의 부러움을 안고 선물을 받았다.
1시간여 휴식을 뒤로 하고 마을회관으로 와서 이제 본격적으로 [마을잔치] 준비 돌입이다.
재료가 늦게 도착하여 발을 동동 구르게 하더니 업 친데 덥친격으로 요리재료 중 닭은 토막을 내지 않고는 통째로 와 버리고 고기도 슬라이스가 안 되어 이 또한 큰 덩어리로 오고 왠지 뭔가 자꾸 꼬여가고 있다. 양념들은 이것저것이 모자라고……
결국 닭을 토막 치는 일을 임윤식 선생님과 정남수선생님, 40여 마리가 되는 닭을 토막 내느라 어깨깨나 아프셨을 것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모든 재료들을 다듬고 씻고 빈대떡에 들어갈 호박, 파, 당근, 양파 등을 채 썰고 정말 큰 잔치준비의 폼이 나고 있었다.
토막 낸 닭을 씻어서 한번 데쳐내고 요리는 윤선생님이 도맡아 해주셨다 정말 푹푹 찌는 주방에서 젊은 친구 두어 명도 보조 쉐프로 넘 넘 고생했다. 열악한 환경(가스, 프라이팬 등)에서 그래도 또 거기에 맞추어 제법 모양새가 드러나고 있었다.
글로벌 에코 팀에서는 세계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각기 자기나라 특색 있는 음식을 장만하고 있었다. 일부 준비 팀에서는 천막을 치고 자리를 깔고 음식을 나르고 하여 경로당 마당에서 본격적인 마을잔치 준비가 한창이었다.
여러 가지 미숙한 조건 속에서 예정시간이 7시였으나 8시가 조금 넘어 본격적인 마을잔치가 이루어졌다.
우리 팀의 두 명이 나가서 사회를 보고 장기자랑도 하며 어느 정도 흥에 겨워지는 분위기다. 보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인지 달도 휘영청 밝기만 하다.
마을 어르신들과 이런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 여기저기 고생했다면 어깨를 다독여 주신다. 그리고 고맙다고……
노인 분들만 있어 그저 조용하고 침체되었는데 이렇게 시 끌 벅쩍하니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말이다.
이렇게 어르신들이 기뻐하시고 즐거워하시니 오늘의 준비로 엄청난 땀을 흘리며 힘들었지만 모두가 즐거워하시고 맛나게 드시니 그저 뿌듯함으로 다가온다.
우리 팀도 잠시 일부가 모여 막걸리 한잔으로 서로의 수고를 격려한다.
거의 무르익고 끝날 무렵 난 너무 피곤해서 조금 먼저 나와서 마을회관으로 가서 상할만한 것들만 우선 냉장고에 넣고는 이내 들어와 씻고는 금새 잠이 들어버렸다.
정말 노동의 후의 달콤한 휴식 완전 꿈나라다.
자원봉사자 '정재윤' 님의 감동봉사이야기는,
그 감동과 즐거움 그리고 따뜻함을 오래오래 많이많이 이야기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3부작으로 나누어 포스트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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