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후회하기 전에
글 김미진(재능기부)
“자원봉사센터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럼 너는 맨날 봉사하는 거야?” 혹은 “좋은 일 한다.”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센터에서의 근무는 자원봉사자들이 활동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관리자 역할을 한다. 관리자는 늘 바쁘다. 이것저것 챙겨야 할 서류도 많고,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도 기획·운영해야 하고, 봉사활동의 의미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교육도 진행해야 한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매일 뛰어다니면서 여기저기 신경을 쓰다 보니 늘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쉴 때면 절인 배추처럼 축 늘어져 있곤 한다. 오히려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시간이 좀 있는데,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이지만, 센터에 근무하면서 봉사활동은‘ 사회가 변화하게 도와주는 활동’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리고 봉사활동은 누구나 쉽게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내 몸이 건강하고 시간도 있어야 누구를 돕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큰 충격을 받는 일이 있었다. 한 자원봉사자의 문자 메시지 때문이었다. 그분은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지원으로 시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 참가자였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5월 초에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끝까지 함께 하며 남은 생을 보내기로 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였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봉사활동을 이어왔다는 메시지를 받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치매 어르신들과 함께 종이 접기를 하고, 다문화 가정과 소통하기 위해서 애쓰던 와중에 큰 병이 생겼고, 치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봉사활동을 중단하게 되자, 자신이 아닌 어르신들이 걱정됐다고 한다. 생명이 남아 있는 한 남을 돕고 싶다고…… 더 많이 못 도와서 오히려 미안하다는 그분 앞에서 참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어린이 암 병동에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왜 이렇게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건지 하늘도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변화는 있었지만 정작 나는 엉덩이가 무거워 실천을 하지 못하고 말만 하는 관리자가 된 것 같았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정작 내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니, 이제는 이것저것 핑계 대지 말고 일단 나서자! 말로만 외치는 변화가 아닌 몸으로 움직이는 변화에 동참해야겠다. 먼저 일에 치여 돌보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하나씩 남기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이 글은 서울시자원봉사센터와 빅이슈코리아가 콜라오레이션으로 진행한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매거진 자원봉사 저널 Vol.16(빅이슈 코리아 97호/2014년 12월 1일자 발행)에 실린 글로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서울시자원봉사센터와 빅이슈 코리아에 있으며 무단 전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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