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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C 스토리/활동 이모저모

겨울엔 바람이 당연하듯, 그 겨울엔 우리가 바람이 될 것이다.


"니가 뭔데 그 사람을 용서해? 사람이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위로야"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노희경 작가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7화 

오영(송혜교분)이 자신이 오빠라고 알고 있는 사기꾼 오수(조인성분)와

떠난 여행에서 궁금하던 사기꾼 오수에 대해 듣던 중 대사다.


사기꾼 오수는 과거 자신이 어머니에게 버려진 상처를

진짜 오수에 빗대어 설명하였고

오영은 그런 수를 질책하며

자신이 뇌종양이 걸렸을때도 바라던건 위로라 했다.



약간은 종교적이라 이해를 바라며

오랜만에 찾아간 교회 설교시간. 

아직 덜깬 잠과의 사투 중 목사님의 꽤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선명하게 들었던 그 문장(100% 정확한건은 아닐지라도)이 아직도 기억한다.


"역사 속 선배들의 그 기도를 기억하라 그리고 우리의 기도가 만약 살아가는데 있어 정당하다면 

지금 말씀이 실현되어지지 못함에 낙심하지 말고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갈 후손들을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기도하라"




3월1일 삼일절 페이스북을 떠도는 한 영상.

윤봉길선생님의 도시락폭탄 실제현장

그리고 친필유서가 공개되었다.


윤봉길 의사의 유서

- 강보에 싸인 두 병정 모순과 담에게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에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 잔 술을 부어 놓으라

그리고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아라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으니

어머니의 교양으로 성공자를

동서양 역사상 보건대

동양으로 문학가 맹자가 있고

서양으로 불란서 혁명가 나폴레옹이 있고

미국에 발명가 에디슨이 있다.

 

바라건대 너의 어머니는 그의 어머니가 되고

너희들은 그 사람이 되어라



아니 작자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한국역사부터 종교에 2013년 드라마 화제작까지 들척이나?

일종의 심심한 이실직고라고 해두자. 

좀 더 썰을 풀자면 늘 새로운 것, 재미난 것, 즐거운 것만 찾다가 심하게 뒷통수를 퍽! 맞았다는 얘기로

정황은 이렇다.


3월달 뉴스레터의 주제를 'Micro Volunteer-이색 봉사활동' 일감을 찾아

멍청하니 책상에 앉아 초록 네모난 칸에

'이색 봉사활동', '특이한 봉사활동', '별난 봉사' 등등을 

처걱처걱치다가

어느 실무자를 통해 ‘생명사랑 빨간우체통(Life Postbox)’ 봉사활동을 전해들었다.

이 봉사활동은 작년 한참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벌어진 연속 생명경시풍조를 근절하고

초기 방지하고자 마포구와 마포구자원봉사센터에서 실행한 사업이었다.


서울 첫 영구임대아파트 주민 20% ‘자살위험군’

영구임대아파트를 검색하면 주렁주렁 매달린 기사 헤드라인

취재를 나가기 전 빨간우체통 봉사활동을 찾다가 발견했다.

가슴이 먹먹했다.


조금 일찍 마포구청역에 도착했다.

역사로 빠져 나오니 반갑지 않은 빗방울들이 보슬보슬 안경에 맺혔다.

날도 흐리고 기분이 한결 찜찜했다.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자랑스럽게 우체통 사업을 설명해 주신다는 

마포구 팀장님의 걸음걸이가 우렁찼다.

곱디고운 김윤희 단장님과 우체통 사업 담당자 이현경 선생님도 함께 동석했다.


간단하게 먼저 생명사랑 빨간우체통 사업을 설명하자면, 작년 성산영구임대아파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심사숙고 고민 후 먼저 다가가기 전 그들의 문제를 먼저 들어보고 상담을 나눌 수 있도록 '편지'라는 매개체를 선택하고 실행하고자 우체통 사업을 실시,

2012년 10월 5일 발대식(제막식)을 시작으로 우체통 운영은 성산종합사회복지관 입구 메인 우체통 1개, 각 동마다 서브 우체통 7개로 총 8개의 빨간우체통이 마포구자원봉사센터 외 성산종합사회복지관과 성산임대아파트관리사무소와 함께 관리된다고 했다.


편지는 일반 봉사자는 쓸수 없다고 했다.정기적 봉사활동가, 간담회, 매달 월례회, 전문심리상담 및 심화상담교육, 글쓰기 연습...단순한 관심이나 호기심으로 시작하는건 시작조차 말아야 한다. 그들의 문제를 책임질 수 없으면 말이다.


김윤희 단장님께선 노란파일에서 수신편지들을 보여주셨다.

그곳엔 봉사자들이 쓴 편지와 수혜자들이 상담을 요청하는 편지 사본들이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옆집이 너무 시끄러워 공부를 못하겠어요'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세탁기가 필요합니다'

'사실혼관계를 인정받고 싶습니다'


자신을 표현하기 어려워 상담부분에 체크만 한 수혜자도 있었다. 

단장님께선 한장한장 넘기며 그들의 사연을 소개해주셨고 먹먹했던 가슴이 갑자기 두려움과 슬픔으로 흔들렸다.


'어떤 노부부는 매일 전화를 요청했어요. 그 집에 두 부부만 사니까 혹시라도 누군가 먼저 떠나면 급하게 도움이 필요할 수 있으니 꼭 안부전화를 달라고 친히 요청하셨죠'

 

서툴게 또는 두서없이 쓴 편지들 사이로

봉사자님께 감사하다는 내용을 보았다.

이건 제법 빽빽하게 작성되어 있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

어르신은 세상이 혼탁하고 억울한 당신의 현실이 미우셨나보다.

실명을 거론하며 호소한 글들 속에서 

우리들의 편지가 아직 어르신과의 소통을 입증했다.

그건 눈으로 볼 수 없는 인연의 붉은 끈처럼 조용한 라포가 형성되어 있었다.



편지를 확인하기 위해 단장님과 아파트로 나섰다.

형광 조끼와 빨간 우체부가방.

얼굴이 몹시 고와서 계속 작자는 눈길이 갔다.

너무 고우셔서 다른 생각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이렇게 편지도 확인하면서 운동도 되고 역시 봉사활동 만한게 없어요!'


참 건강한 걸음으로 8개의 우체통을 확인하셨다.

비가 오는 오늘은 1통의 편지도 건지지 못했다.


'먼 걸음하셨는데 어떻게요? 그래도 편지가 없는데 더 좋은거 아시죠?'



자살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셨다. 조용히 입을 줄여 생명경시라고 속삭이셨다. 마음의 벽을 허물수 있을까? 심리교육을 받을 때 교수님께선 조언이 아닌 공감과 이해가 목적이 되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한다.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용기를 드리는게 뻘건우체통 봉사활동의 핵심이다. 오영이 오수에게 말한 위로. 봉사자들은 편지를 받으면 바로 전화를 통해 편지접수를 알린다. 의구심으로 편지를 쓴 수혜자들도 많다고 한다. 설마 답장을 줄까? 편지가 갈까? 일방향이 생각지도 못한 답으로, 반응으로 돌아오는 그 순식간에 마음의 벽이 무너진다. 관심과 상담가들의 정성어린 편지가 백만원짜리 세탁기와 다달이 보내는 김치나 쌀보다 어쩌면 더 쉬울 수 있으나 그것들이 가치로 우열을 따질 수 없다는 정도는 다 알고 있다. 

단장님과 실무자가 떠나고 다시 센터로 복귀하는 지하철 한칸을 무지막지한 냄새로 지배하는 노숙인이 바닥에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술에 잔뜩 취해 인사불성이었다. 종착역에 사람들은 코를 찡그리며 후두둑 빠져나갔고 아무도 그를 깨우려 하지 않았다. 미루고 미루다 용기를 내어 노숙인을 흔들었다. 도저히 해석 불가능한 언어를 내뱉더니 비틀거리며 일어나 겨우 문밖으로 몸을 밀었다. 물을 쏟아내듯 고맙다고 손을 흔들었다. 



자원봉사란?


이건 또 뭐냐.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정도는 이해하겠는데 솔직히 윤봉길과 당신의 목사 설교는 이해가 안간다. 아니 뭐 이쪽도 두서없는 두서긴 하지만말이다. 국가적으론 가난한 나라를 도우며 당당하게 선진국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달달한 문명들과 초고속 네트워킹의 시대에서 풍족함을 누리고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땅 아래서 쏟아오른 잘려진 시간이 아니다. 역사. 윤봉길 의사나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선교사들의 순교의 역사 선상에 보기 좋게 놓여져 있다. 후손들을 향한 선배들의 정당한 노력 덕분에 우리는 이 기름진 시간을을 맛보고 있다. 이게 왠 장황사인가해도 지금의 내 뜨거운 감동의 순간을 전달하자면 빨간우체통의 주고받은 편지처럼 지속가능한 미래의 소통을 위해 자원봉사가 그리고 센터가 그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 솜털같은 자식들이 지 홀로 쓰레기더미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모래를 주워먹다 어두운 방에 갇혀 유서를 쓰고 있을 상상을 해보아라. 그럼 다시, 환경정화 봉사활동과 음식을 함께 나누며 마을마다 이웃마다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젠 빨간우체통이 아닌 수혜자들과 팬팔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는 자원봉사 프로그램들이 한창 진행된다. 다시 그 끔찍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어쩜 참으로 멀거나 괜한 미래의 불편한 상상이겠거니 생각하지는 말아달라. 조금 있음 보일 우리의 현실이고 충분히 자원봉사로 풀 수 있는 숙제이다. 겨울엔 바람이 당연하듯, 나눔이 일상이 되고 소통이 생활이 되고 봉사가 필수가 되는 그 겨울엔 우리가 바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