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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C 스토리/활동 이모저모

[해외자원봉사관리자연수]마을을 만드는 것_2012.11.22

이번 연수에서 사실 가장 기대했던 순간이다.

집 짓기.

해외봉사활동 경험이 전무한 나에겐

늘 그림의 그 그림의 또 그 그림의 떡이었다.


여튼 오늘은 특별히 그간 용구농장에서 가꿔온 내 육신에 '동작'들을 선사하는 날이므로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PYC 센터 선생님들.

캄손, 캄디, 캄밍, 깨오, 배오, 타이라까지^^

하루만이었지만

모두들 너무 반가웠다. 사바이디.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역시 영어.

이번엔 마을 전체가 모여 자기소개를 했다.

그리고 난 아에 센터로 들어가 이들을 촬영했다.


모두들 수줍게 라오와 한글과 영문을 섞어가며

다양한 손짓으로 인사를 나눴다.

동그랗게 말린 대형에

이름모를 신남과 생동감이 넘쳤다.


이선재선생님은 절대 흙집(청소년 센터-액티비티룸)를

우리들로만 만들게하진 않았다.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

서로 흙모래를 모으고

물을 부어 살갗을 비비며 진흙을 만들고

졸깃졸깃한 점성을 손수만든 흙벽돌에 정성스레 발라가며

자연과 함께 우리와 함께 나눠졌다.


세기의 기운이 일절 반영되지 않은

100% 순수 핸드메이드 집에는

지역민들의 앙증맞은 수다들이 깨알같이 담겨

노동의 빛깔로 자연이 말린,

라오의 청소년들을 위한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흙집을 짓는 손길이 분주했다.

다들 조금이라도 더.

떠나기전에 조금이라도 더.

쌓고가길 바랬다.

우리들의 수고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길 바라는 욕심이 생겨버린것이다.

좌우로 은근한 경쟁이 생겨났고

김대리님과 일종형님쪽에서 먼저 한층을 더 올렸다.


흥겨운 노동가도 섞였고

자연스레 파트를 나눠 진흙나르는 팀과 흙벽돌을 쌓은 팀 마감처리팀으로 업무가 나뉘어졌다.

맨발로 이동하니 뜨겁게 달궈진 흙바닥에 토끼처럼 깡총거렸다.


그래도 주변으로 초등학교 아이들의

김치군단과

하트군단으로 나뉘어져

카메라 렌즈로 돌진!!!!

사진에 담긴 자신들의 모습이 신기한지

계속 찍어달라 보챘다.


잠깐의 전율를 느꼈는데

이건 내 미래를 자극했던 단 몇분의 시간이었다.


시간이 멈추었고

아이들은 내가 찍은 카메라를 보며 흥분했고

연신 셔터를 누르다가

카메라를 아이들에게 건내보고

그 작동법을 알려주었다.


그때 시간은 멈추었다.

나는 잠깐이지만 멀지만 선명한 미래를 보았다. 


귀여운 응원에 더욱 힘을 내어 노동가를 길게 늘여뜨리고

진흙은 분주하게 날랐다.








충전된 배터리가 방전될즈음

이선재선생님의 매의 눈으로

호랑이 같은 아줌마 눈치로 활동 마감을 알렸다.

우리쪽은 제법 올렸는데

나중엔 벽위에 올라타 진흙돌을 직접 받아 쌓았다.


창문으로 올릴 입구쪽으로 일손을 모아 

최종마감을 하고 박수를 치며 '수고하셨습니다'


니가 일은 다 한거 같다!

온 몸에 진흙으로 덕지덕지

얼굴이며 발가락이며 머드팩중입니다~


아침부터 중노동에 뜨거운 날씨까지..

몸은 지쳤지만 

우리에게 참 건강한 하루였고

모처럼 씩씩한 에너지가 넘쳐나게 공유된 날이었다.




먼저 무리들을 근처 쏭강으로 가서

영광의 노동잔재들을 자연으로 흘려보냈다.

또 물고기가 물을 만났네.

빠뜨리고 물먹이고 조약돌 튀기는 정도는

누구나 하는 의례 공식아니요.


물쌀이 너무 강해

육중한 몸덩이도 자칫하면 흘러가겠더라.

바닥엔 또 왠 돌들이 그리 매운지

이래저래 표정 다 구겼다.


그래도 물은 참 시원했고 참... 좋았다.

응 진짜 좋았다.


용구농장으로 돌아와

꿀맛과도 같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음 노동 일정을 기다리는동안

이선재선생님은 우리들의 수고에 감사하며

제법 긴 시간의 휴식시간을 주셨다.


용구쉐프의 밥도 물도 

진짜 좋았다 정말 좋았다 너무 좋았다.




 



오해하지 마시길

식용개미는 아니도

용구농장 지키미 붉은라오개미요

품종은 모르겠으나 때깔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답과

움직임 또한 씩씩했으며 

마디마디 각진 카리즈마가 느껴졌다.

(집중해서 보시다보면 조금씩 움직임을 느낄수도 있을것이다. 몸이 가렵거나 하지는 않으신지...)


라오에 온 이후로 가장 뜨거운 날씨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하늘이 높았고 푸르럿다.

라오14의 어르신들(흔히 주부라고 한다)은 부지런을 떠시며

하나둘 당신들의 이불을 널기 시작했다.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인지 제때 선크림을 바르지 못한 붉은개미행들의 열이 잠시 멈췄다.


꽤나 한적한 느낌이었고

여유가 물씬 느껴져버려서

못 챙긴 여름휴가를 11월에 보내고 있었다.

11월의 썸머베케이션?

8월의 크리스마스 아류작인가?


이 사진을 보면 용구농장이 그렇게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날마다 업데이트되는 맛좋은 음식보다 그리운것은

용구씨의 시원한 넉살과 닮은 하늘과

날마다 다른 바람...










2차 노동(밭을 일구는 일)을 기다리다가

날씨가 너무 더웠고 이대로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윗분들의 의견이 모아져서

남은 시간도 휴식을 각자 갖고

몇몇 인원들은 그늘이 질 즈음으로

용구농장의 밭으로 향했다.


라오스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을 해도 모자랄 만큼

땅이 비옥하고 단비가 멈추지 않으며

부러우리만큼 고운 바람과 햇살로 풍족하다.

그러나 이들은 참 욕심이 없다.

농작운영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들은 이모작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모작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수 있는것이다.

밭을 일구고 추수가 끝나면 다음 농사기간까지

미뤄둔 축제를 즐긴다고 한다. 1~2개월의 사이즈가 아니다.

다들 시기에 맞춰 박수와 시끄러운 웃음의 축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고 했다.


놀땐 제대로 놀고

일할땐 또 제대로 일하는.

얼마나 현명한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욕심이 없다는 것.

인간이 얼마나 현명하게 살 수 있는지를 

솔직하게, 여지없이 드러낸다.

이런김에 캄디의 '훌륭한 벼털기의 예'를 감상하시라.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와

할머니 할아버지의 일손도 도와드리고

중간중간 새참도 즐기고

밭에 누워 무지개가 매달린 하늘도 보고

잠깐 눈을 감고 말랑마랑한 낮잠도 즐기고...

이런게 진짜 우리가 돌아가고 싶은 고향 아닐까?


우리에겐 돌아갈 마을. 고향이 있을까?

예전 코흘리게로 찔찔거리며 방방뛰었던

마을의 작은 골목들은 여전히 그 곳에 있을까?

지금 축축하게 젓은 내 몸을 말릴 수 있는 고향이 그 모습 그래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라오스는 여전히 그 마을과 그 모습 그대로

오히려 타지에 것들에 메말라버린 영혼들을 위로한다.

그곳이 힘들다면, 여기도 괜찮다면

기꺼이 우리들을 환영한다.


마을을 만드는 것.

흙을 빚는다는 것.

그것을 언제든 사람들로 가득한 돌아갈 '곳'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