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기본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사)전국자원봉사센터중앙회 장준배 사무국장 





  2012년 3월부터 보건복지부는 기부활동 및 자원봉사활동 등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한 ‘나눔기본법안’을 준비중이다.  나눔이라는 틀로 기부와 자원봉사를 묶어 하나의 법안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나눔기본법안’은 나눔을 물적, 인적, 생명나눔으로 구분하는 데, 물적나눔은 기부에 관한 내용을, 인적나눔은 자원봉사활동을 그리고 생명나눔은 장기기증 등으로 구분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기부 및 자원봉사활동, 장기기증 활동 지원제도를 하나의 통합된 법으로 일원화시키는 것이 ‘나눔기본법안’의 핵심이다.

  사실, 나눔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개별적 법률들의 통합과 일원화라는 의미는 일반시민들에게 깔끔하고 정리된 느낌을 주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나눔에 대한 구분 중 인적나눔을 자원봉사로 환원시켜 정의하는 부분에 있어 보건복지부의 긍정적인 추진 이면에 현실적으로 수긍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것은 ‘나눔기본법안’이 시민사회의 성장을 이끌어 내고 민주시민의 당연한 책무이자 권리로서의 자원봉사(volunteering)의 의미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자원봉사분야를 복지영역으로만 축소 해석할 수 있다는 문제이다.

 즉, 나눔이라는 사전에도 없는 단어의 부정확성의 문제이거나, 나눔이라는 문화적 차원을 제도라는 틀로 가둬놓는 기능적 행위에 대한 부적절함을 제쳐놓는다 하더라도 나눔기본법안에서 다루고 있는 인적-나눔(giving)을 자원봉사(volunteering)의 의미로 동일화 시킨다는 근본적인 문제와 다양한 자원봉사화의 범주를 복지영역으로만 축소·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이다. 





 그간 정부, 시민단체 그리고 자원봉사계는 10여 년이라는 숙고 끝에 현재의 자원봉사활성화를 지원하는 범국가적인 자원봉사활동기본법(2005년 제정)을 만들어 자원봉사활성화를 위한 국가기본계획을 세우고 민관 협치를 통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려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이런 자원봉사활성화를 위한 기존 법체계가 이미 있어 그 싹을 힘차게 틔우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에 대한 정의와 범주의 한계성을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나눔기본법안’ 추진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나눔기본법안에 대한 여론수렴과정에 있어서도 보건복지부는 2012년 3월부터 ‘나눔기본법안’에 대한 연구와 공청회 등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수차례 있어 왔지만 단 한차례도 민간 자원봉사계에 대한 사전협의나 논의 과정은 없었다. 매우 실망스런 부분이다.  

 더욱이 나눔기본법안의 기본 골격이 현재 자원봉사활동기본법과 매우 유사한 점이 많다는 데 문제는 심각하다. 현재 ‘자원봉사활동기본법’ 제8조에 의하면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자원봉사진흥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유사하게 ‘나눔기본법안’에서도 ‘나눔문화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유사한 위원회의 난립은 유명무실한 위원회의 비효율적 운영이 예상되는 부분으로 자원봉사활성화를 지원하는 현장의 혼선만 초래하게 된다. 오히려 현재의 ‘자원봉사활동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자원봉사진흥위원회의 원활한 운영을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





 이뿐만 아니라 ‘나눔단체’와 ‘자원봉사단체’ 및 ‘자원봉사센터’, ‘나눔포털구축’과 ‘1365자원봉사포털’, 5년마다 계획되는 ‘나눔기본계획’과 ‘자원봉사기본계획’ 등 기존 자원봉사활동기본법과 구성방법이 매우 유사한 부분은 많이 있다. 이런 유사성을 통해 만든 ‘나눔기본법안’이 기존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의 상위법으로 작용한다면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이 가지는 기본취지와 의미가 왜곡되거나 축소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또한 ‘나눔기본법안’은 유엔이 정한 ‘자원봉사자의 날’인 12월 5일을 ‘나눔의 날’로 정하고 그 주간을 ‘나눔주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자원봉사활동기본법에 의해 ‘자원봉사의 날’인 12월 5일과 ‘자원봉사주간’은 정해져 있다.  특히 ‘자원봉사의 날’은 유엔이 정한 국제적인 기념일로  ‘나눔기본법안’이 같은 날인 12월 5일에 ‘나눔의 날’ 을 정하고 ‘나눔주간’을 규정한다는 것은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인식이다.

  더욱이 2006년부터 매년 ‘자원봉사의 날’을 기점으로 중앙뿐만 아니라 전국 246개 지역별로 자원봉사 및 자원봉사자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기념식과 격려행사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원봉사의 날’과 ‘나눔기본법안’의 ‘나눔의 날’과의 중복 추진은 전국의 자원봉사활동 현장에 심각한 혼선을 초래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자원봉사의 날과 그 정신을 훼손시킨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나눔기본법안’에 대한 입법예고(2012.12.18~2013.1.28)를 한 상태다. ‘나눔기본법안’에 대한 자원봉사계나 일반 시민들의 긍정적 비판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언론 등에서는 ‘나눔기본법안’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와 통합적 효율성을 언급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나눔기본법안’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인식 없이 언급된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물론 ‘나눔기본법안’이 추진하는 모든 내용을 부정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며 권장할 만한 부분들이 상당히 있음을 인정한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나눔기본법안’의 제정과 자원봉사활성화라는 측면을 근본적인 시각에서 재고하길 바란다. 

  지금이라도 자원봉사계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공청회를 통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야 하며, 무엇이 자원봉사활성화를 위한 것인지를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따져봐야 한다. 특히 새롭게 출발하는 정부의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는 정치적인 판단보다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측면에서 자원봉사의 활성화를 위해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이 진정한 상생과 화합이라는 대국민적 운동으로서의 자원봉사운동이 우리의 현실 속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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