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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C 스토리/활동 이모저모

[해외자원봉사관리자연수]라오로 젖다_2012.11.23

그리고 한 일주일을 앓았던것 같다.
몸이 아프거나 머리가 지끈거리는 육체적인 앓이가 아닌
말 그대로 '라오앓이'


아직도 라오14의 몇몇 가족분들은
'라오앓이'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뜬금없지만
추억이란 참 우습다.
그냥 단순한 시간의 조각에
자그마한 의미를 부여하면
그 존재의 가치가 어마어마해진다.

 

얼마전 그 무시무시한 '추억'때문에 꽤나 스나미를 치뤘다.

 

덧붙여 사진 역시 그러하다.
기억의 잔상들이 피사체에 담겨
우리를 웃게도 울게도 만든다.

 

2012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만난
'러시안 소설'이라는 작품의 한 구절을 적당히 인용해보자면
말은 허공으로 사라지지만 소설은 남는다고 했다.
그렇기에 신중해야한다는 것.

 

그러나 사진도 소설도 참 야속하게
지금 우리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도록
그때 그 시간을 영원하게 붙잡고
추억속을 헤매인다.

 

 

   

 

 

별로 길게도 짧게도 느껴지지 않았던 라오와의 일정은

어느 순간 내 인생. 29까지 끌어올린

삶의 '여유'와 '유연함' 그리고 '이 땅의 Volunteer'에 대한

본인 스스로의 정의를 송두리채 흔들어 놓았다.

 

앞의 두 단어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고

그 뒤어 Volunteer는

우리가 그의 정체를 알게된 순간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협력사업본부장 이선재선생님은

연수를 마무리하는 이 자리(워크숍)에서

가장 근본적인 접근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해외봉사 관리자들에게 다양한 방법과 도구로 일침을 가했다.

...정말 아프고 따끔했다.

 

 

  

  

 

 

기억은 시간에 새어버려

(내 머릿속엔 지우개보다 더 무시무시한 송송 뚫린 기억장독대)

겨우겨우 라오 용구의 농장으로 힘겹게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

기억의 잔상이 지지직 거릴때마다

주파수 넘어로 가끔 또렷하게 남는 메시지들에

급하게 적어보았다.

이것은 그 당시 내 기억유전자 스스로가

그 메시지의 전율을 온몸으로 받아들였기에 회복이 가능한 것. 

아. 훌륭해 훌륭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빵은? 안전빵
자원활동가는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언제나 변수를 생각해야 한다.

 

선의가 꼭 선의를 만들지 않는다.
선이 선행을 낳기 위해선 많은 작업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원봉사는 시혜적인 의미를 가진 부분 때문에 그 자체가 뿌리가 깊어서

자원활동 방향을 잘 못 잡고 만다.

이것이 결국 해외자원봉사의 시혜적인 측면으로 나아가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자원활동의 의미는?

자원활동 '자발성'으로부터 '리더'의 의미가 탄생된다.
또한 책임성이 그 자발성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자원봉사와 자원활동이 공존하고 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활동가들에게 또는 봉사자들에게

그 의미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

 

 

 

 

 

 

 

봉사활동

자원봉사

자원활동가

해외자원봉사

선의와 선행

그리고 이선재의 라오스

 

우리는 그의 입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얻어갔다.

종종 우리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다시는 라오스에 오지 못하게 다 빼먹으라 했다.

 

처음에는 조금 속상하기도 서운하기도 했던 말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의 말이 이해간다.

우린 한국에서 잘 먹고 잘 살면 된다.

그곳은 갈 필요가 전혀 없는

오히려 우리가 가면 안돼는 곳일지도 모른다.

 

'라오답게'

그리고 우리는 '우리답게'

라오는 라오식으로 라오를 지키면 되고

우리는 우리식으로 우리를 지키면 된다.


스스로 많은 것을 선택하는 나라

외부의 것들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나라 
공동체와 사람간의 유대관계가 무너지지 않고 발전되는 나라.

자연이 파괴되지 않고 유지되면서 스스로가 그 자연을 즐길 줄 아는 나라.

라오스 국민이 원하는 대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한곳으로 치우치지 않고 더불어 발전했으면 좋겠다.
균형과 사람을 중요시하는 마음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이선재와 라오14는 이런 상상으로 목소리가 모아졌다.

신기한것은 약간은 어리광스럽지만

조금씩 연수의 과정이 선명한 색들로 아롱지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억지로 컴퓨터 앞에 앉아

밤새 머리를 쥐어짜며 나오는

돌덩어리처럼 딱딱하고 겨울고드름처럼 차가운 '답'과는 매우 달랐다.

 

 

 

 

 

라오를 그리고 지역민들을 먼저 생각하면 되는거다.

 

해외 + 자원 + 활동

그 나라와 + 그 주민을 위한 + 책임있는 리더로서의 활동

 

라오를 아끼는 것

라오를 생각하는 것

그들과 교류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고민하고 소통하는 것.

 

이날 우리는 간단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국내에 해외봉사 담당자로서,

해외에 파견나와있는 관리자로서,

해외 수혜자로서 해외봉사활동을 그려보았다.

 

...아 머리아파....

우리의 고민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목소리가 제법 왔다갔다했다.

그동안 우리가 만났던 라오의 많은 이야기들이 펜끝에 모아졌다.

 

이들을 스케치하는동안

이상야릇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인천공항에서 만났던 처음 우리들의 만남이 스쳤다.

얼마나 어색했어... 말도 마

근데 지금 우리?

쌩얼에 가끔 세면도구를 빌리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복장으로 모여 앉아

열대과일을 나누며 지금 그 어떤 연구원이 부럽지 않게

머리를 맞대고 라오를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오히려 옷차림은 예전의 것보다 어색했지만 라오의 것들에 맛좋게 숙성된, 따먹기 좋은 열매의 냄새로 진동했다.

 

한국은 다시 대설주의보가 울렸다.

여전히 사진 속 라오는 더운 여름으로 후덥지근하다.

내일이면 사진 속 라오14 가족들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된다.

그리고 내일이면 또는 오늘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포스팅도 마무리된다.

그것이... 핑계일지 모르겠으나 [해외자원봉사관리자연수]가 주제로 7.5개의 포스팅을 마무리하는 순간은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연말의 폭탄업무도 한몫을 하겠지만

연말의 폭탄모임과 잦은 술자리 또한 한몫을 하겠지만

그냥 이번 포스팅이 12월의 휴식에 핑계자리로 조금 오래 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쩌면... 나라는 작자는 마무리하지 못하고 2013년을 보내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몇일 전 홍대의 어느 작은 세계맥주집에서 비어라오를 만나고

그 흥분에 벌컥벌컥 들이켰지만

시원한 맥주맛보다 라오의 그리움으로 배부르지 못한 배부름을 느꼈기 때문이다.

 

뭐 여튼.

그렇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