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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C 스토리/활동 이모저모

[해외자원봉사관리자연수]차라리 돈을 주세요_2012.11.20

 

그렇게 하루에 하나씩이라고 약속했지만

3일차에 결국 주말을 넘겨버렸다.

나도 '주말'이란게 있었던가?


사실 초기 취업 당시부터 

'주말'이란 개념은 사치...비슷하게 

여유라는 쉼표가 무미건조했다.

이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굉장한 해당사항이 아닐까 생각한다.

 


직장 = 월화수목금토일 - 주말


주로 이런 공식이 아닐까?


토요일은 여전히 출근을 찍고

경기도로 부모님댁에서 지지다가

일요일 부은 얼굴로 집으로 향하니

오후 5시.

늘 우리네 헐거운 주말 일상이다.


월요일

월래 바쁜날

화요일

화가나게 바쁜날

수요일

수도없이 바쁜날 

목요일

목빠지게 바쁜날

금요일

금나 바쁜날

토요일

토하게 바쁜날

일요일

일없이 바쁜날





여기는 그렇게,

참 짜증이 온 몸을 쑤시게 춥던데

라오스는 여전히 웃고 있고

따뜻했다.

주말엔 라오14 왕가족들(라오스 연수를 함께한 연수생들이 비밀조직을 만들었다)의

안부가 왔다갔는데 

지하철로 이동하는 길에 

아이팟에 담긴 사진들을 무심코 보다가 

울컥해버렸다.

내가 아이들과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일주일인데..

일주일밖에 안되었는데...젠장

하. 서럽다.

정말 사진빨.. 아오 사진을 대하는 기본이 안되었음.

(좌측은 울고있네... 이름이 뿌잉 이어서 내가 뿌잉뿌잉 알려줬는데 계속 우는 표정으로 뿌잉뿌잉했다)


 


전날 라오라오를 즐겼지만

비어라오와 섞어 마셔서 인지 

약간 머리가 띵라오...

(여전히 술 얘기는 빠지지 않습니다)


비엔티엔에서의 호사를 마치고

우리는 본격적인 연수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위한 채비를 했다.

뭐... 거창하지만 이틀간 무작정 사버린 

기념품들을 주렁주렁 달고 방비엔으로 이동.

따시한 물 나오고

휴지가 제공되고

2인 1실과 

하얀 이불 속은 이제 안녕. 라껀~






출발하기 전 버릇이 생겼는데

당일 일정을 체크하는 것이다.

왜지?

피곤해서?

밥 먹을 시간?

아니다...

라오스 연수에서 나으 진짜 역할은

영상촬영이다.


아시다시피

영상촬영은 REC(녹화)이 끝나는 순간부터

죽음의 골짜기로 들어선다.

후반작업.

이것은 해본 사람만 아시겠지만

(이제 해보지 못한 사람도 아셔야 한다)

가끔은 10 손가락의 손톱이 없어지기도

혹은 부분 탈모가 발생하기도

또는 변비와 치질의 변수가... 생기기도 한다.


뭐 그거 얼마나 하겠어? 자르고 붙이고 하는건데?

네 그렇죠.. 별일 아닙니다.


문제는 욕심이 많고, 경험이 없고, 특히 변수가 생기는, 

재촬영이 어려운 해외의 경우엔.. 최대한 많은 분량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삼일밖에 안되었는데

망했다. 5개째....인가...


다행히 오늘은 '지구촌 공생회' 방문 후 계속 이동

라오14를 죽어라 흔들었던 용구농장 도착&오리엔테이션.


'공생회만 찍고 오늘은 접자!'







지구촌공생회는

국제개발구호 NGO로 2003년에 창립되었다.

창립 이후 국내 노인복지사업과 북한 지원사업

그리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의 빈곤국가에서

구호 및 지역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다.


라오스 공생회에선

2006년 던눈 공생청소년 도서관,

2009년 싸이싸왕 마을 공생청소년 센터 건립 및

이동식 도서관 사업과 청소년들의 건전한 여가생활을 위한 유스포럼  

라오스 교육지원사업을 활발하게 추진중이다.


라오스지부에서 진행하는 Moddangfai mdf는

우리센터에서 위탁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동행프로젝트와 유사했는데

잠깐! 여기서 잠깐.

 

 

 



 

박수 한번 주시죠.

제 룸메이트 이자

포스팅 마다 마델로 수고해주신

동행프로젝트 박영선님 축하드립니다.

동행 식구들 정말 낮밤 가리지 않고 고생중이십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이들입니다.





 



이런 젠장. 왜이리 사진이 흔들렸는고...

지구촌 공생회는 라오스에서 만난 마지막 기관이었고

공생회에서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해외봉사활동에 대한 거품들과

대학생들의 단상들...

한마디로 정말 적나라한 속사정들을 듣게 되었다.


우리센터에선 라오스의 아이들을 위해

러브캣(꿈주머니)를 준비했는데

러브캣은 제3국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담은 주머니로

크레파스과 몇가지의 학용품등과 함께 편지를 써서 보내는 

대표 해외 봉사활동 중 하나다.


"크레파스요? 라오 아이들은 크레파스 별로 안좋아해요"

"벽화봉사요? 나중에 지나면 흉물스러워요. 오히려 그냥 벽이 더 좋을 수 있어요"

"의료봉사요? 해외에서 들어오는 약품을 검사받는것만도 엄청난 절차를 밟아야 해요"

"봉사단이요? 넘치게 와서는 휴지는 없냐? 밥이 적다, 피곤하다..."


물품보단 돈을 주세요

->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좋습니다.

주고싶으면 먼저 물어보세요

-> 처리하는것도 일이에요.

꼭 필요한 청소년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세요.

-> 봉사단과의 교류보단 지역주민들과의 교류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절대 오해하지 말아라.

그렇다고 우리들의 수고를 무시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것이 아니다.

너무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것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의 시간을 쪼개가며

아름다운 봉사로 헌신하는 대한민국 시민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이들은 늘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수고가 허투루 쓰이는 것이 미울뿐이다.

해외로 활동하는 이들의 어깨가 무겁다.

진짜 해외봉사활도이란 무엇인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관리자의 몫인것이다.

그리고.

우린 이것을 배우기 위해 해외봉사활동 관리자 연수에 올랐고

기관들을 접하는 것으로 그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뭔가 기승전결같은데?

(프로그래밍해주신 이선재선생님 역시... 귀신이다!)


뽀송뽀송한 봉고는 코이카와 함께하는 사업으로

이동식 도서관이다.

지구촌 공생회는 아주 자랑스럽게 도서관을 소개했다.

아이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다고 했다.

잠시 촬영도 할 겸 시설들을 살폈는데

곳곳에 아이들의 표정이 매우 진지했다....................게임을 하고 있었으므로.....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갔고

우리들은 약간은 무거운 마음이 없지 않았다.

사실 나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그랬을까?

바쁜 일정에 쫓기다 보니

라오스에 대해 그리고 프로그램들에 대한 자료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다.

중요한 사전교육도 듣는둥 마는둥.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라오어를 더듬거렸고

괜실히 동글동글한 아이들의 눈빛에 동요되어 

주머니에 구겨져있는 사탕이나 만지작거렸다.


돕는다는건 무엇일까?

내가 돕는 행위를 당하는 사람이라면

돕는이에게 바라는건 무엇일까?


아주 간단한 문제인데 우리는 너무 그것을 쉽게 지나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너무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가야하는데

막상 화장실에 도착하니 휴지가 없다.

(또 너무 드러운 샘플을 제공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보자. 내가 돕는 행위를 당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휴지다.

때거지로 몰려와 3일후에나 구입할 수 있는 대단하게 비싼 천연 엠보싱100%니 

촉촉한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물티슈니 키친타올이니 이런거 필요없거든요..


세계 제1의 갑부 멕시코(Mexico) 재벌인 카를로스 슬림 엘루이

최고급 나무로 만든 엠보싱 화장지를 일주일 후에 전세기로 가지고 온다고 한들,

소녀시대가 상큼하게 물티슈를 가지고 온다고 한들말이다.


...또 버럭하네요. 본인은 신문지조차도 안가져왔으면서 말입니다.








 


그래도 금강산과 식후경

밤비엔으로 가는 길목에

관광객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로컬 스트릿 식당으로 이동해

라오스식 쌀국수를 먹었다.

점심 안먹겠다고 속으로 길길이 날뛰었는데

한 입먹고 두 입 먹으니 없어.... 

빈그릇만 보여...


특별히 정말 국물이 끝내줬는데

닭육수와 함께 

파삭파삭 건더기로 씹히는 것은 돼지껍데기 튀김같았다.

상큼하게 레몬은 찌읍 짜주세요~


면은 쌀국수 면을 한 500% 부풀린 우동면이었는데

어찌나 쫄깃쫄깃 한지

찹쌀찹쌀 씹혔다.


라오14 중 '특별한 음식섭취'를 담당했던 

서울농수산물공사 박일종형님은

왕년에 늘씬했던 결혼 전 청춘사진 몇장을 공개하곤 했는데

지금의 풍채는 전혀 찾을 수 없이 샤프했다.


덩실덩실한 귀요미 일종형님은 라오스에서는 다이어트를 하시길 바랬지만 

특별히 맛있는 음식만을 드시겠다는 형님의 바람대로 

매일매일 특별히 맛있는 음식들의 가짓수가 증가했기 때문에

마지막날까지 기름으로 반질반질 하셨다.

(하지만 형님 정말 좋아요!)


여튼 일종형님은 맛 좋은 라오스쌀국스를

참 보기 좋게 드셨다는 소문이...






식후 잠시 두드리는 배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정말 제대로 빵 터졌다.

봉고차에 한글이 거꾸로 매달려있었다.

라오스에서

한국 중고 물품들을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조금 웃어도 될지 싶었지만 신기하고 또 나름 깨알재밌가 있었다.

군복을 평상복으로 입고 있는 청년들이나

기아차에 장착된 현대모터스 등..







첫 눈이 온다.

2012년 12월 03일 오후 8시 20분.

나에게는 서울에서 먹는 첫 눈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덥겠지?

아침에는 촉촉한 기운과 함께 약간의 구름이 '산'

(라오인에게 저 산 이름이 무엇이냐 물어보지 마세요. 그들은 그 질문을 이해하지 못합니다.)에 걸치겠지.

오후엔 바램없이 뜨겁게 내리쬐고

저녁엔 착한 바람과 함께 추억들을 간지럽히겠지.


차에 실려 4-5시간을 이동했다.

거의 또 기절했지 뭐...

도착하자마자

후다닥 짐을 풀고

밥을 쑤셔넣었는데 한마디로 기가막혔다.

한국에서도 잊을 수 없는 용구쉐프의 솜씨.

아마 죽기전까지 해외에서 이런 밥대우는 만나지 못할것이다.

아마... 


또 배가 따시니 잠이 올....법도 했지만

제법 피곤피곤들을 이동하는 동안 털어버린마냥

말똥말똥했다.

아마도 '지구촌 공생회'에서의 각성이 자극이었는듯.


앞으로 정신 바짝 차리고

이선재와 푸딩덴센터 프로그램을 보내기 위해!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서 본격! 야생체험.

휴지 없는 화장실과 냉동샤워,

간식 없어, 와이파이 없어,

노래하는 도마뱀과 모기장에 걸려있는 이들의 꼬마똥

대왕마마붉은개미, 미니미니개미 등등


궁금하죠? 

지금 전 뽀송뽀송한 화장실이 30초 거리에 있고

거기엔 여사님이 매일 갈아주시는 화장지가 갖춰져 있고

이제는 따시한 물도 나오고

아래위로 초코간식이 넉넉하게 채워진 탕비실에

빵빵한 와이파이와

벌레라곤 눈꼽만치도 보이지 않는

아주 쾌적한 곳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근데 마음은 참

라오스에 있는 만큼으로 

넉넉하지 못하네요

그건 참 웃긴 일이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