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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가 일으키는 변화의 마술

자원봉사가 일으키는 변화의 마술


 글  ㅣ  김의욱(서울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주인공이 되는 자원봉사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예전에 아이들이 많이 불렀던 이 노래는 재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영화는 내가 나오는 홈비디오다. 보고 또 봐도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자신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단체사진을 찍으면 모든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자신의 얼굴을 찾는다. 그리고 자기 얼굴이 잘 나오면 그 사진은 좋은 사진, 잘 찍은 사진이 된다. 회의를 하거나 워크숍을 할 때 자신이 낸 의견이나 아이디어가 채택이 되어서 게시판에 붙게 되면 그 사람의 자세가 달라진다. 이렇듯 내가 경험하고 참여한 일은 자신에게 매우 특별한 것으로 바뀐다.

이처럼 자신이 직접 경험하거나 참여한 일은 다른 어떤 것보다 자신에게 큰 의미와 애착,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일이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오게 된다. 이러한 의미를 유홍준 교수는 경전을 풀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 이렇듯 자신이 주도하는 자원봉사활동은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새로운 존재로 인식하게 해준다. 이를 평생학습의 선구자 에드가 페레는 존재를 배우는 것(Learning to be)이라고 했다.

 

나와 남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강도를 만나 가진 것을 다 빼앗기고 상처를 입고 쓰러졌다.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은 그를 외면하고 못 본 채 했다. 그런데 사마리아 사람이 지나가다가 그 사람을 자신의 나귀에 태워서 치료해 주고, 비용도 지불했다. 성경에 나오는 유명한 예화인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다. 자원봉사나 선행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언급되기도 하고, 미국의 기부와 관련된 법의 이름도 선한사마리아사람법(Good Samaritan Law)’이다.

어떤 목사님이 이 이야기를 교회에서 하고나서 교인들에게 물었다. “왜 하필이면 사마리아 사람이 이 사람을 구했을까요?” 다들 너무나 당연한 질문에 말문이 막혀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때 한 중학생이 이렇게 이야기 했다. “아마 아는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듣고 보니 그럴 듯 했다. 아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실제로 가까운 친구이거나, 친척일수도 있으며, 뜻을 같이하거나 일을 같이하는 동료일수도 있다. 어쨌든 아는 사이의 사람은 나와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다. 그런데 그렇게 연결되어 있는 관계는 더 넓어질 수도 있다. 생면부지의 남이지만, 나와 연결되어 있는 존재로 인식된다면 그는 더 이상 남남이 아니라, 나의 일부로 이해될 것이다. 일본제국주의가 우리 민족을 억압했을 때 조선의용군은 자원봉사단이었다. 그들은 민족과 자신이 분리된 남남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꺼이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어 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남의 문제를 더 이상 남의 문제로 보지 않게 되고, 타인의 느낌을 공감할 수 있게 되고, 공명하게 되면 어떤 외적인 강제력이나 의무감, 혹은 경제적 이익보다 더 강한 활동의 동력이 만들어 진다. 이런 맥락에서 자발성은 자원봉사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가 되며, 자발성의 원형을 지키고 살리는 것은 자원봉사의 성취감과 보람의 분수령이 된다.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을 어떻게 배울까?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가르치기 위한 인성교육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청소년들에게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초, , 고교에 인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인성의 핵심가치는 예, ,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심, 민주시민, 타인존중, 자기존중과 같은 공동체 정신을 익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국민윤리 교과목과 같이, 혹은 명심보감이나 고전을 교육함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 인성은 인간의 본성을 스스로 채득하고 발견함으로서 학습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고 터득하며 몸에 익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렇듯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 시민성은 자원봉사를 통해서 경험학습으로 체득할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은 봉사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인성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을 알고 있다. 보람을 느낄수록 자신에 대한 존중감이 높아지며, 다양한 활동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봉사활동을 통해서 경험하는 깊은 유대감은 새로운 시민사회의 원리를 체감할 수 있게 해준다. 반면 이러한 경험없이 지식으로 전달되는 시민적 덕목은 인성의 성장에 큰 의미가 없다. 평생학습의 핵심적 목표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Learning to live together)’은 바로 이러한 시민적 덕성을 직접 참여하는 활동을 통해서 배우는 것을 말한다.

 

변화의 씨앗에 생명을 불어넣는 자원봉사



자원봉사활동의 과정에서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시간은 평가와 회고의 시간이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이 시간은 가장 쉽게 생략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활동의 과정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거나, 활동이 끝나면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봉사자들의 바쁜 일정 때문에 이 시간은 종종 생략되곤 한다. 그렇지만 자원봉사의 단편적 경험을 새로운 가치로 해석해 주고, 활동의 과정에서 느낀 것과 알게 된 것을 갈무리하는 평가의 과정이 없다면 봉사활동이 주는 새로운 체험은 단편적인 감정의 수준에서 끝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보람있는 경험이 단지 정서적인 느낌이나 단편적인 사례에 머물지 않게 해야 한다.

자원봉사활동이 선물로 주는 보람에는 다양하고도 새로운 깨달음으로 진화할 수 있는 시민적 가치가 맹아적인 형태로 들어있다. 맹아적인 형태는 식물에 비유하면 씨앗과 같은 의미인데, 이 씨앗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서 성장하는 생명체가 되려면 햇빛, , 온도가 최적의 조건으로 구비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원봉사에서 평가의 시간은 바로 이와 같은 발아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활동에 참가한 사람들이 차분하게 활동을 돌아보면서 새롭게 발견하고, 새롭게 느낀 것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단편적 경험은 우리의 마음 밭에 뿌리를 내리고 다양한 생각의 잎을 펼치고 자라나서 우리 인생에 새로운 열매를 선물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