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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세상컬럼]일상의 힘으로 시작하는 제도화의 틀 깨기

일상의 힘으로 시작하는 제도화의 틀 깨기 

 

박미혜 (서울시자원봉사센터 협력사업부장)



# 불편한 진실, 자원봉사의 민낯 드러내기

얼마 전 세계교육포럼에서 한국 정부측의 한국교육에 대한 칭찬일색의 발표에 대해 한 참가자가 문제제기를 하는 돌발 발언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입시경쟁에 내몰리고 치솟는 대학등록금으로 인한 청년들의 고통 등 교육현실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는 지적에 현장에 참여했던 외국대표들은 박수갈채를 보냈으며, 네티즌들의 큰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자기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 스스로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용기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되며 결국에는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그런 점에서 이제 자원봉사도 근본적인 질문을 통한 자기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실제로 자원봉사가 이렇게 긍정적이기만 한 걸까? 시민들은 정말 자원봉사를 통해 행복해지는 걸까? 그동안 말해온 자원봉사는 시민의 힘인가? 아니면 정부의 힘인가? 자원봉사의 긍정적인 면 뿐 만이 아니라 어두운 민낯을 드러냄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자원봉사의 본질적인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 ‘내가 원해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먼저 관련된 조사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자원봉사의 현실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자원봉사 참여율은 2005년 이래로 21~22% 수준에 정체되어 있고 자원봉사 활동시간은 2014년도 조사결과 2011년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양적인 측면 만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자원봉사 만족도가 89.4%(2014)2011(94.8%)보다 낮아졌으며 놀라운 사실은 불만족의 요인으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 내가 원해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40%)라는 것이다.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라는 것이 자원봉사의 핵심적인 본질인데 어떻게 원해서 하지 않는 것이 자원봉사가 될 수 있었을까?


 

# 한해 800억원이 넘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자원봉사센터, 시간실적관리의 틀에 갇히다.

지난 1995년부터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의 핵심 인프라와 투자는 전국에 설치한 자원봉사센터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자원봉사 참여자의 단 6.5%만이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해 8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쓰고 있는 자원봉사센터로 대표되는 현재의 자원봉사 정책과 제도가 실제로 자원봉사 참여를 확장하는데 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자원봉사 시간실적관리의 현실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모든 봉사활동을 봉사시간을 적립하고 관리해주게 되자 자원봉사자들 역시 봉사활동시간을 채우기 위한 형식적 활동으로 변질해 가는 경향이 나타난다.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의 자유의지를 제도적, 관료적 틀에 가두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봉사활동을 많이 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는 우리 사회 근본적인 문제를 변화시켜낼 수 없다.



# 제도화의 그늘, 그 틀을 깨기 위한 시도

형식이 중요해지면 본질이 잊혀 진다. 본질을 담을 수 없는 형식은 깨져야 한다. 한번 만들어진 제도를 그대로 안고 가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되고 만다. 그동안 자원봉사 제도를 통해 발전적인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제도화의 그늘 속에 갇힌 틀을 깨서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무궁무진한 시민들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과 토대를 가꾸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서는 기존의 자원봉사 관리 시스템의 틀을 깨는 대안적인 시도와 실험을 시작하였다



1. 시간실적관리를 하지 않는 자원봉사활동 운영

그 첫 번째 시도가 시간실적 관리를 하지 않는 자원봉사활동을 운영하는 것이다. 올해 초 서포터즈 봉사자 40여명을 선발하면서 자원봉사센터로서는 처음으로 시간실적관리를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신청자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는데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봉사시간이 적립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 활동의 의미에 보다 더 충실할 수 있다라며 오히려 더 반가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지난 4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시민들이 참여하는 기네스북 도전이라는 행사를 진행하는 140명의 봉사자를 모집할 때도 시간실적을 적립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봉사자들의 참여도와 만족도, 성실성이 훨씬 높아 센터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Before)                                                                         (After)


2. 사회적 변화와 영향력에 초점

두 번째 시도는 봉사활동을 통한 변화와 사회적 영향력에 초점을 두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홈페이지를 개편하여 봉사시간 실적 관리가 없는 참여활동도 모집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봉사활동 전후의 변화를 보여주는 ‘Before & After 캠페인코너를 만들었다.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기존의 틀을 깨는 이러한 시도들은 새로운 대안에 대한 실질적 논의와 움직임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를 통해 진짜 자원봉사를 발견하고 찾아내는 일을 하고자 한다. 이것을 우리는 일상 속 작은 실천이라고 이름 붙였다. 시민들의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사회변화를 위한 노력과 실천의 힘들을 끌어내는 것이다.


 

# 우리가 꿈꾸는 것, 일상의 힘으로 만드는 큰 변화

계단을 올라가는 할머니의 짐을 들어드리는 일, 길거리에 가다가 쓰레기를 줍는 일, 송편을 빚어 이웃집과 나누는 일, 이웃의 슬픔과 고통을 내일처럼 느끼며 함께 힘을 보태는 일, 이러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공동체 구성원들이 누구나 할 수 있게 되는 것,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다. 그래서 이제 그동안 숨겨져 있었던 자원봉사라고 불리지 않았던 진짜 자원봉사’, , 일상 속 작은 실천들을 찾고 만들고 확산하고자 한다. 시민들의 작은 움직임이 일상 속에서 스며들 때 복잡하고 거대하게만 보이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푸는 단초가 되고 힘이 될 수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바로 내가 그 시작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보여줄 수 있다.

 

우리는 자원봉사를 그만두려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자원봉사를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이제는,

이 활동은 몇 시간의 봉사활동 인증을 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 대신,

이 활동으로 사회에 어떠한 긍정적 변화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우리 스스로 더 많이 갖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