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구 농장도 늦게 도착했습니다. 손바닥엔 아직 아이들과 잡은 벌레 잔해들이 남아있었습니다. 덜컹이는 차 안은 조용했습니다. 겨우 남은 에너지를 쏟아내고 나니 피곤함이 몰려왔나봅니다. 땀과 모래먼지로 꼬질꼬질한 얼굴들이지만 쪽잠 사이엔 천진난만함이 가득합니다. 시내로 멀어질수록 차는 더욱 덜컹거렸습니다. 능숙한 기사님 운전 솜씨(늦었지만 정말 고맙습니다!)로 그나마 멀미를 덜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밀려오는 피로로 그것을 느낄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까만 라오의 밤하늘에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머리를 창가에 기대어 새근새근 씩씩. 잠든 연수생들을 보니 마냥 흐뭇하기도 하면서 위안짱에서 있었던 기억들을 밤하늘에 하나하나 세어보았습니다. 





 오롯이 충격이었던 빠덱센터 비전하우스와 클릭의 똑똑한 청년들, 태화사회복지관의 음양들... 도착할 왕위안에서의 시간들. 얼마나 축축하게 담가져 맛 좋게 우러나올지. 1년 만 용구오빠 농장에 가까워질수록 내 몸 진동은 박힌 돌에 삐져 오른 타이어 흔들림 때문이 아니라 딱 박혀있는 한쪽 가슴 덜컹이는 긴장이었습니다. 그렇게 살살 세어보다 깜박 잠들었나봅니다. 익숙한 기척에 번쩍 눈을 뜨니 텁텁한 소프트 렌즈 사이로 용구농장 현판이 어렸습니다. '하' 탄성과 함께 알싸한 기분 올라 코끝을 찡그렸습니다. 의자가죽 마찰에 마지막 자존심인 머리 스타일까지 엉망이 되었지만 부스스한 졸음을 쫓아가며 박차고 나왔습니다. 어지간할까? 이곳저곳에서 다시 '꺄르륵 요정'들이 나타났습니다. 





 용구댁 개들이 씩씩한 꼬리를 휘갈기며 실신(?)할 듯 반겼습니다. 양기만 가득했던 적적한 이 땅에 충만한 음기가 뿅뿅 방울방울 터졌습니다. 그나마 조신한 꼬는 1년 사이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몸이 안 좋다고 했는데 코를 쓱쓱 하니 녀석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기대고 싶구나. 괜히 눈물이 똑 떨어졌습니다. 


 부산한 용구농장 입구에서 털보선생님은 자리정리를 시작하셨습니다. 절대 씻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는 용구오빠의 철칙은 고운 첫인상을 주기 위해 더러운 몸뚱이들의 입장을 단 하루 허락했습니다. 





 너희들도 여전하구나. 도저히 앙다문 입술의 노희영도, 독설도 맛이라는 강레오도, 일단 표정으로 죽이는 김소희도 '통과'를 외칠 그 맛!  좀 다른 버전으로 평생을 채식을 고집하는 A양이나 7성급 이태리 레스토랑 검증된 주방장의 스페셜오더가 아니라면 실버 스푼을 들지 않는 B양도 허겁지겁 달려들 참 명물 요물의 그 맛. 3일 만에 포슬포슬한 쌀밥과 적당히 튀긴 닭고기, 입맛 도는 초록의 야채버무리와 장모님 맛 집 김치는 '아니 그렇게 굶었나?' 싶을 정도로 한입거리였습니다. 털보선생님은 결국 담은 말을 뱉으셨는데 마치 전국여자체대전 현지합숙훈련 같다고 하셨습니다. 


 또 다시 '꺄르륵 요정... 아니다 그럼 꺄르륵 장군?'들은 뒤집어 졌습니다. 용구와 함께 있는 부끄부끄 피부천사 누(Nou)가 입구에서 라오라오(술)로 우리를 환영했습니다. '엥?' 아무것도 모른 채 얼떨결에 집어든 라오라오는 피곤에 지친 소녀 장군들을 핑 돌렸습니다. 넉넉한 식사와 현지식 알코올 그리고 선선한 라오 밤바람 도마뱀 우는 소리. 지금도 눈을 감고 그곳으로 돌아가면 어느덧 주위 소음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한껏 식사를 맛보고 주변이 흐트러질 때 즘 각자 방을 배치 받고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이곳 용구농장은 우리가 내일 만나게 될 빠덱 센터 사업과 이어져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주인 지용구씨는 비밀 가득한 대한민국 마산의 히스토리맨 이었지만 지금은 어엿한 농장 주인이자 라오스 톱 쉐프이자 털보아저씨 동업자였습니다. 참고로 가슴 따뜻한 나쁜 오빠라네요. 입구에서 라오라오로 장군님 몇 명 기절시킨 누는 용구오빠를 돕는 현지 스텝. 어찌나 쑥스러움이 많은지 말 한마디 없지만 다음날 망가진 침대 모기장을 고치는 누의 팔목은 몹시도 섹시유혹 알 근육으로 가득했습니다. 참고로 라오라오 베이글맨 이라네요. 


 다시 한 번 씻고 밥 먹기를 강조한 용구오빠는 '잘 놀고 가라' 며 방 키를 나눠주었습니다. 어딜 가도 방문은 꼭 닫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그 이유가 작년과 달랐습니다. 작년에는 용구의 뜨리독스(3 DOGs: 꼬, 하니, 똘이) 입질과 도마뱀의 출연이 주요 사유였지만 우리가 주의해야할 것은 그것 외에 더 큰 이유였습니다.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라오스 좀도둑들. 이웃이 삶의 이유였던 그들이 어느 날 믿을 수 없는 존재로 둔갑합니다... 그들의 기분은 어떨까? 없었던 절차였는데 너무 씁쓸했습니다. 





 연수생들은 각자 방으로 흩어지며 왕위안 입소식을 마쳤습니다. 깨끗한 욕실과 온수, 엠보싱 휴지, 폭신한 스프링 침대는 없습니다. 모기장 캐노피와 냉정한 냉수, 여전히 수도비데가 위앙짠을 대신한 첫날밤이었습니다. 본격 시작이구나! 연수생들은 조금 이를 다물고 냉수에 몸을 헹구었습니다. 군소리 없이 씩씩하게 짐을 정리하면서도 이놈의 까르륵 장군 수다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냉수마찰 후 수다 성을 가로질러 다시 꼭 보고 싶었던 용구농장 옥상 쏟아지는 별빛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밑에는 뜨거운 만남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이 밤을 그냥 보낼 수 없는 몇몇 연수생은 반드시 씻은 몸으로 각자 지불한 시원한 비어라오(이것이 가능한 또는 시원한 이유는 용구농장 유일의 냉장고가 들어선 이유입니다)를 한껏 들이킵니다. 꽤나 늦은 밤까지 용구오빠와 수다를 떨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때 그 별똥별을 볼 수 있을까? 아직 첫날이잖아. 여전히 라오의 하늘을 뒤덮은 별들이 무지막지하게 반짝였습니다. 초등학교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려면 꼭 반짝이 풀을 찾았습니다. 개미똥구멍한만 튜브 구멍이 답답해 뚜껑을 따면 내용물이 곧잘 쏟아지곤 했는데 그때 뒤범벅된 책상 잔해가 꼭 라오 밤하늘을 닮았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장난스레 귓불을 스치니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꼬가 천천히 계단을 올라 다리를 풀었습니다. 짖지 않게 조심스레 꼬에게 다가가 마른 이마를 쓰다듬었습니다.


'꼬, 나를 기억하니? 아프지마. 너의 존재가 우리 모두가 다시 방문할 라오스의 이유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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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가닉팜의 귀엽둥이 음매라고 해

다음 순서는

Phoudindaeng Youth Center와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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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원이자봉이 서울시자원봉사센터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