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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C 스토리/활동 이모저모

종횡무진 이색토크. 자원봉사센터 실무자와의 진솔한 대담...과연 이색적일 수 있을까?

종횡무진 자원봉사 이색토크 리포트

한국자원봉사관리협회 천희 사무차장




흠. 제목은 그럴 듯 했다. 종횡무진. 과연 종횡무진 이야기가 이루어 질 수 있을까? 이색토크. 과연 이색적일 수 있을까? 준비하면서도 내내 고민되었다. 막상 지난 1월 29일(화) 오후3시. 하나둘 모여드는 파릇파릇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조금씩 ‘뭔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여느 교육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검은 벽에 독특한 전등의 인테리어 하며, 카페를 연상케 하는 새로 단장한 서울시자원봉사센터 교육장. 오늘의 컨셉과 맞아 떨어지는 듯 하였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한국자원봉사문화, 한국자원봉사관리협회, 한국자원봉사협의회 4군데나 되는 기관이 함께 주최하며, 각 기관이 지닌 고유한 탁월성을 십시일반으로 내어놓으며 준비했지만, 실제 행사에서는 의전이랄 것도 없이 매우 말랑하게 진행되었다. 자원봉사계의 왕언니, 김현옥(한국자원봉사관리협회) 회장님은 특유의 편안함으로 오늘의 자리를 펼치며 여는 말씀과 참가자 소개를 해 주었고, 이어 송정안(한국자원봉사협의회) 차장은 1부를 사회를 시작하며 3가지 키워드 즉, 자원봉사와 경제(Economy), 자원봉사 중앙기구 효율성(Efficiency), 자원봉사 효과성(Effectiveness)이라는 세가지 키워드(3Es)로 흐름을 읽어 보자고 제안하였다.  


[세가지 키워드로 자원봉사의 세계적 흐름을 읽다]라는 주제로 이루어졌던 1부는 한국자원봉사협의회에서 지난 2012년 이루어 졌던 국제사업에 대한 성과보고회 격이랄까. 하지만, 그냥 자원봉사의 세계적 흐름이니 하는 막연한 주제보다는 자원봉사 현장의 활동가들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브리핑 해 주어서 더 와 닿았다. 



토크파트너로 준비된 그들 -박윤애(서울시자원봉사센터장), 오영수(한국자원봉사문화 국장), 한채연(서울시자원봉사센터 주임), 이정은(코피온 지구시민교육센터 간사)-은 영어 쫌 되는 분들이었으리라. 


특히 박윤애 센터장님은 영국의 NESTA, CSV, NCVO 등과 같은 전국 규모의 지원조직들을 탐방하고 와서 이들이 비영리단체와 사회적기업, 자원봉사센터 및 단체들을 어떻게 지원하면서 의미있는 변화를 촉진하는 지에 대해 몇몇 모범 프로그램과 지원방식을 소개해 주었다. 발표를 들으며 자주 떠오른 키워드는 ‘사회혁신’이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라는 중간지원조직이 사회를 혁신하는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하신 깨알같은 정보들을 나누어 주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소중해 보였다.  


오영수 국장은 지난 12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22차 IAVE 세계자원봉사대회에 참가하고와서 수많은 강연과 워크샵의 내용을 “1. 자원봉사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2.자원봉사는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가? 3.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의 세가지 핵심 질문속에서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는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과제로 [시대가 요구하는 자원봉사의 정의, 사회적 성과측정을 통한 가치 증명, 자원봉사와 고용창출과의 상관성, 자원봉사를 위한 굿 거버넌스]를 제시하면서,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서도 살아 남으며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민간단체의 절절한 고민 속에서 만난 해외 동료들을 보며 공감했던 경험을 들려 주었다.  

이정은 간사는 2012년 6월 미국시카고에서 개최되었던 전미자원봉사대회 참가 결과를 자원봉사의 효과성과 국제사업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대회에서는 여러가지 주제의 워크샵이 있었지만 국제협력을 다년간 담당했던 실무자로서 주목하고 보았던 부분을 특화시켜서 보여 주면서 특히, 미국 역시 투입되는 예산에 대한 책무성 강화를 위해 자원봉사의 효과성 측정하고자 하는 흐름이 있다고 제시해 주었다. 하지만 효과성 측정은 대상과 영역의 확대를 지지해줄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고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효과적인 근거로써 적용되어야 하나, 효과성이 경제적인 논리에만 지배되어서는 안되며 자원봉사의 가치를 실천하는 효과적인 도구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역시 같은 대회에 참여했던 한채연 주임의 깜찍한 발표는 재기발랄한 젊은 실무자의 톡톡튀는 전형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같은 대회의 다른 주제와 면모를 소개했으며, 특히 자원봉사관리자로서의 역량강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유수한 컨텐츠들을 접하며 놀라왔고, 더불어 함께 참가한 국내 참가자들과의 탄탄한 연대의 계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하였다. 이를 통해 자원봉사관리자, 선후배간의 지식공유와 비전제시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바램을 제시하였다.  


서울 안 가본 놈이 더 아는 척 하는 격이 되지 않을까, 단지 며칠 점찍듯 다녀와서 경험한 내용을 세계회장님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외람된다고 겸손히 말문을 열었던 그들이었지만, 우리가 바다 건너 미국, 영국을 가지 않고 대회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앉아서 바다너머 이역천리 해외 동향을 보게 만들어 주었다. 아니, 거기 같이 갔다고 해도 이해하고 접할 수 없었을 많은 정보들을 탐색해 와서 우리 앞에 쏟아 놓아 주었다. 이강현 회장님은 토크파트너들의 이야기를 다 들으시곤, 덧붙일 필요도 없을 만큼 알찬 내용과 적합한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고 그들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였다. 


2부 [한국 자원봉사의 뜨거운 현장, 그리고 내 안의 중심을 보다]는 우영화(한국자원봉사문화) 국장의 사회로 시작되었으며, 그야말로 본격적인 종횡무진 토크의 자리가 펼쳐졌음을 예고하였다. 토크파트너로 권미영(시흥시자원봉사센터 소장), 장준배(전국자원봉사센터중앙회 사무국장), 천 희 (한국자원봉사관리협회 사무처장) 등 준비된 저격수들이 돌발질문 혹은 자기 의견도 펼쳐가며 함께 수다를 떨었다. 


먼저, 약리학 박사께서 왜 이 바닥에서 발 들여 놓으시고 아직까지 이 일을 하고 계신지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하도 그 질문을 많이 받아서 대답을 만들어 놓았다면서 걸작을 내놓았다. 자원봉사가 사람과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바로 이것이야말로 약과 같다고 하시면서, ‘신약(New medicine)’을 개발하였기 때문에 전공을 바꾼 것이 아니라고 차분히, 농담을 하나도 농담같지 않게 말씀하였다.  



오랫동안 이 일에 몸담아 오시면서 과연, 자원봉사를 무엇이라고 보시는가에 대한 고루하지만 전통적인 질문에 대해서, “자원봉사는 온전하게 해 주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자원봉사자 스스로를, 또한 도움 수요자를, 그리고 이 사회를 온전하게 해 주는 것이라며 답하셨을 때 그 ‘온전’의 의미가 새롭게 들렸다. 


이어 현장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여러가지 사안들을 다루었으며, 그중 나눔기본법에 대해서는 ‘나눔’이라는 용어 자체가 가지는 기부 지향적인 모호성을 비롯해 시민사회나 시민성을 포괄하는 폭넓은 자원봉사의 내용을 담지하지 못하는 한계성 등을 지적하며 회장님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반대 논거를 펼쳤다. 이와 더불어 자원봉사와 자원활동이라는 용어를 통해 차별화하고자 하는 정의, Volunteering과 Advocacy에 대한 이분법적 구분이 실상 의미없다고 보며, 세계적으로도 자원봉사와 사회운동을 구분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지만 영역간의 구별짓기 보다는 통합된 노력을 통해 사회변화를 공통적으로 지향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타 자원봉사 수요처 등록과 기준에 대해 현장 전문가들의 실제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과 자원봉사시간을 돌려받는 품앗이나 은행제는 아직까지 한국의 현실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 자원봉사의 가치에 대한 폭좁은 해석과 시각이 가지는 실천의 한계 등을 지적하며 인문학적 상상력, 시민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시각이 포함된 자원봉사의 가치가 새로운 실천의 정신의 기반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들도 현장에서 제안되었다. 또한 새롭게 재해석되고 확장된 자원봉사의 의미가 여러 매체나 홍보 수단을 통해 대중에게 노출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론계쪽 실무자도 주장하였다.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 70여개국 자원봉사단체들의 민간네트워크인 세계자원봉사협회(IAVE)의 회장이 되셨다고 축하했던 2008년이 언제였나 싶었는데 벌써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한국 회원들 보다는 다른 나라 회원들의 추천과 투표와 도움에 큰 힘 입어 재선되어 2013년에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다고 한다. 


실제로 그동안 세계를 다니며 어떤 일을 해 오셨는지 우리는 잘 몰랐던 거 같아서 외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회장님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원봉사를 국제적으로 잘 어필하는 부분이 취약하다며, 앞으로 한국자원봉사협의회가 IAVE한국지부 역할을 하게 된다면 세계기구와의 매개역할을 잘 하게 되리라 기대하였으며, 보다 많은 자원봉사관리자, 리더들이 IAVE의 회원으로 가입하여 세계와 소통하며 영향력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하였다.  


리빙라이브러리에서 이강현. 그를 ‘대출’해 왔던 시간이기도 했지만, 한 권만이 아니라 딸려온 부록도서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답변을 이강현 회장님만 한 것이 아니라, 자리에 함께 했던 참가자들도 의견을 이야기 했기에 일타삼피(ㅎㅎ)한 느낌이었다. 여튼 한국 자원봉사 현장의 첨예한 이슈와 고민을 털어 놓고 그 속에서 펄펄 살아 뛰는 희망을 함께 찾아 볼 수 있었다.  


요즘 다리가 불편해서 절뚝거리며 걷기에 그러신가. 다른 깊은 뜻이 있는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 물으니 춤을 추고 싶으시댄다^^.  국경과 계층과 종교와 이념을 넘나드는 자원봉사, 그 속에서 이미 춤추고 계신 것이 아닌가 싶다. 자원봉사의  다양한 색에 매료되어 세계 무대에서 호흡하며 국제적인 네트워킹을 주도하고 계시는 회장님과 가진 이색(二色이) 아니라 다색(多色)토크. 경계없이 분야를 넘나들며 묻고 답하고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같은 길을 걸어가는 친구로서의 든든함을 느끼게 되었던 시간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