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와 ‘-답게’ 사는 길

곽형모 / (사)한국자원봉사문화 교육위원장

 

 

 

순수한 우리 말은 아니지만 흔히 쓰는 말 중에 -적(的)이란 표현이 있다. 정신적, 물질적, 문학적, 철학적, 낭만적... 등이 좋은 예이다. 이 말은 과거에 일본인들이 영어의 -tic을 옮기는 과정에서 발음이 비슷한 말을 찾다보니 ‘的’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태생이 불분명하지만 현대에 와서 워낙 신조어가 많이 생기다 보니 -적(的)은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 ‘그 상태로 된’의 뜻으로 아무 데나 갖다 붙여 쓰는 관형사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 말에는 더 좋은 표현이 있다. 바로 ‘-답다’이다. 가령, 남자답다, 청년답다, 대통령답다, 어른답다...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여기서 ‘답다’는 남자, 청년, 대통령, 어른이 되기 위한 조건을 암시한다. 남자, 청년, 대통령,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남자는 그냥 남자로 존재할 수 있다. 어른도 어른으로 존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남자다운 남자,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나이가 젊다고 다 청년은 아니다. 청년다운 기상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자원봉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원봉사가 자원봉사다워진다는 것은 그에 맞는 세계관을 생활화 한다는 뜻이 된다. 즉, 배려, 공존, 관용, 협동, 포용의 가치이다. 그렇지만 자원봉사와 ‘자원봉사다움’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자원봉사확인서만으로 자원봉사의 가치를 증명할 수는 없다. 아이들의 스펙을 위해 자원봉사마저 몰아치는 엄마들에게 자원봉사는 있으나 자원봉사다움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은 기업이 지나치게 효율성을 추구한 나머지 빠지기 쉬운 함정이기도 하다. 가령, 직원들을 자원봉사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도록 독려하면서 빵, 떡볶이, 순대장사로 골목상권을 싹쓸이 하는 재벌기업에 자원봉사는 있겠지만 ‘자원봉사다움’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니 자원봉사다움에 위반하는 것이다.


자원봉사가 자원봉사다워 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자원봉사의 역할은 국가가 해야 할 복지 기능을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다. 자원봉사는 단지 부족한 복지를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관계 회복과 인간이 가장 인간다워질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한다.


둘째, 시민들은 ‘자원봉사’라는 좁은 테두리에서 벗어나 일상 어디에서나 ‘자원봉사다움’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제한된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는 취업난에 쫓기는 청년들, 하루하루 장사에 시달리는 영세상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매우 좁다. 그렇다면 실업청년이건, 영세상인이건, 노인이건, 장애인이건 자원봉사다움을 실현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히는 방법밖에 없다. 가령, 일터에서, 지하철에서, 학교에서, 공원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자원봉사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원봉사답게 살아 갈 수 있는 길은 무한히 넓어질 것이다.


꽃은 향기가 있음으로 해서 꽃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생물로만 존재할 때는 그냥 존재일 뿐이다. 인간은 ‘인간적인’ 품격, 매력, 인격을 지닐 때 ‘인간다워질’ 수 있다. ‘-답다’는 단지 형용사가 아니라 본질 그 자체다. 이렇게 본다면 자원봉사다움은 자원봉사의 존재이유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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