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활동의 진화…‘코로나·기후위기 대응 봉사활동’ 눈길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약자와 동행하는 자원봉사’ 본격화
‘얼음땡 캠페인’ ‘내곁에 자원봉사’ ‘바로봉사단’ 활동 이어가
‘얼음땡 캠페인’…기후약자 위해 음료 무료로 나눠줘
‘내곁에 자원봉사’
고립감 커진 시민과 지속적 관계 맺기
‘바로봉사단’
재난 상황 때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7월16일 영등포구 무료급식소 토마스의집 앞. 주변 쪽방촌 주민을 포함해 점심식사를 기다리는 200여명이 줄을 서 있다.
무료급식소 입구 앞 아이스박스 안에는 얼음물과 음료수 등이 가득 쌓여 있고, 봉사활동에 나선 본아이에프 임직원들이 배식을 받으러 들어오는 주민들에게 “시원한 물 받아가세요”라며 얼음물 한 병을 전하자 연신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이르게 찾아온 폭염속에서 온 몸으로 더위를 견디는 이들은 얼음물을 받아들자 “방이 너무 더운데 오늘은 이걸로 하루 시원하겠다”며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본아이에프 임직원들의 봉사활동은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이사장 권영규)가 지난달 8일부터 오는 8월 중순까지 진행하는 ‘얼음땡 캠페인’의 일환이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서울시 100여 곳에 ‘얼음땡 정거장’을 세워 시민들에게 시원한 음료를 나눠주고 있다.
얼음땡 캠페인은 2020년 코로나19로 실내 무더위쉼터 운영이 제한되면서 더위를 피할 곳이 없어진 ‘기후취약계층’에 아이스팩과 음료를 전달하며 안부를 묻는 활동으로 시작해 점차 확대돼왔다. 지난해 서울시 6개 지역에 ‘얼음땡 정거장’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는 정거장 숫자를 크게 늘렸다.
얼음땡 캠페인이 이렇게 확대된 데는 자원봉사활동을 새롭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회가 크게 변할 때 자원봉사의 틀도 함께 바뀌어왔다. 4300여 년전 이집트인들의 무덤에도 자선 행위가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남을 돕는 행위는 어쩌면 인류의 본질적 속성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세시대에는 아시시의 성프란체스코(1181~1226) 등 종교적 인물이 중심이 돼 노예나 나병 환자 등을 도운 것이 크게 주목받았고, 아동의 노동력 착취가 문제가 된 산업혁명기 영국에서는 빈민가 아동을 대상으로 한 빈민학교가 주요한 봉사활동으로 평가받았다. 사회 변화에 따른 그 시대의 주요한 사회적 약자를 정확히 보고 도왔기 때문이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지금이 ‘새로운 사회적 약자’가 많이 형성되는 전환기라고 본다. 이렇게 새로운 사회적 약자층이 만들어지는 데는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큰 원인을 제공했다. 대면 접촉이 줄고 비대면접촉이 늘어나면서 소외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아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후위기로 폭염 속에 고통받는 취약층도 늘어나고, 각종 자연재해가 늘면서 재해난민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약자층에 주목했고, 이들을 돕기 위해 올해 들어 ‘약자와 동행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약자와 동행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폭염에 지친 기후약자를 위한 ‘얼음땡 캠페인’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내곁에 자원봉사’ △재난상황에 더 취약한 이웃을 위한 전문봉사단인 ‘바로봉사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진행해온 기존의 자원봉사와는 다른 모습의 활동이다. 지금까지의 봉사활동은 반찬 나눔부터 이미용 및 목욕 봉사, 생필품후원 같은 물품·서비스 중심의 봉사였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새롭게 시작한 활동 중 얼음땡 캠페인은 ‘기후약자’를 위한 봉사활동이다. 폭염 등 기후위기가 지속하면 모두가 힘들지만 특히 독거어르신, 쪽방촌 주민, 택배기사, 우편집배원, 건설노동자 등 폭염에 노출되기 쉬운 이웃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진다. 이렇게 폭염 속에서도 전기료 걱정 등으로 ‘얼음’이 돼버리는 이웃들의 마음을 ‘땡!’ 하고 녹여주자는 게 캠페인의 취지다.
기후약자를 돕자는 이런 취지에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자원봉사센터, 374개 동에 설치된 자원봉사캠프, 그리고 기업·지역생협·제로웨이스트숍·우체국 등 90여 개 기관이 서울시자원봉사센터와 힘을 합쳤다. 디비(DB)손해보험은 캠페인 비용 1천만원을 지원하고, 에이치케이(HK)이노엔은 음료 1만8천 병, 아이쿱생협 서울지역협의회는 음료 1만 병을 후원했다.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도 시민들이 캠페인 관련 정보를 쉽게 얻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앱을 통해 동네별 얼음땡 정거장이 표시된 온라인 지도를 제공하고, 캠페인 참여 후기를 작성할 수 있도록 협력한 것이다. 이런 마음들이 모여 서울시 전역의 100여 개 얼음땡 정거장이 가능해졌다.
시민들의 호응도 컸다. 답십리1동 자원봉사캠프의 성송자 캠프장은 “기후약자를 돕자는 좋은 취지에 시민들의 마음도 하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음료를 건네주며 캠페인 내용을 설명하자 한 60대 행인은 편의점에서 생수 10병을 산 뒤 즉석에서 기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호응은 서울의 다른 얼음땡 정거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금천구 독산1동 얼음땡 정거장에는 주민센터 직원들과 지역주민들이 생수 1천여 병을 후원했고, 마포구 상암동에서는 당근마켓을 통해 캠페인소식을 들은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임직원들이 아이스팩과 음료 300여 점을 기부했다.
주변 카페 주인들도 발 벗고 나섰다. 송파구 풍납2동에서는 카페 주인들이 주민들을 위한 활동에 손을 보태고 싶다며 음료 120병을 후원했고, 양천구 신정4동에서는 얼음땡정거장이 설치된 건물 1층에 있는 푸드마켓에서 얼음땡 정거장 운영을 위해 땀 흘리는 자원봉사자를 위해 대형 선풍기를 지원해주기도 했다.
기후약자를 위한 봉사활동도 다양하게 펼쳐졌다. 용산구 이촌2동에서는 아이스박스를 끌차로 끌며 근처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음료를 나눠주고, 용산구 효창새마을금고 앞에 설치된 얼음땡 정거장에서는 주변 상가의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들에게 집중적으로 음료를 제공했다. 동작구 제로웨이스트숍 ‘플라프리’에 설치된 얼음땡 정거장에서는 폐지 줍는 어르신, 야외노동자, 택배기사에게 직접 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함께 일하는 서대문구 홍제동 ‘카페프렌즈’에서도 직원들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시원한 물과 음료를 나눠줬다.
최옥선 동대문구자원봉사센터 담당자는 “동대문구의 경우 14개 동 자원봉사캠프 중 6곳이 이번 캠페인에 참여했다”며 “폭염 때문에 고생하는 이웃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봉사를 동 단위에서 하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최 담당자는 “봉사를 하면서 우리 곁에 기후약자 이웃이 있음을 느낄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얼음땡 캠페인’이 폭염에 지친 기후약자를 위한 새로운 자원봉사활동이라면 ‘내곁에 자원봉사’는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이다. 지난 5월12일 노들섬 다목적홀에서 25개 자치구 자원봉사센터와 106개 동 단위 자원봉사캠프의 활동가 3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본격적으로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내곁에 자원봉사’는 팬데믹으로 사회적고립과 단절이 늘면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이 많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을 돕는 방식 역시 기존의 ‘물품이나 서비스 지원 중심의 자원봉사’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는 게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의 생각이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으로 단절되거나 교류가 부족해진 주민들을 돕기 위해서는, 이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이들이 다양한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곁에 자원봉사’ 활동은 외로움을 겪는 이웃에게 정기적으로 전화하거나 가정을 방문해 안부를 묻고 말벗이 되어주는 활동을 진행한다. 이뿐만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밖으로 나와 어울리는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함께 나들이를 가기도 하고, 어르신들과 함께 천연세제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하고, 청소년과 함께 반려식물을 심고 대화를 나누며 세대 간 교류의 장을 만들기도한다.
‘얼음땡 캠페인’ 그리고 ‘내곁에 자원봉사’와 함께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올해 들어 힘을 쏟고 있는 것이 ‘바로봉사단’ 활동이다. 지난 7월8일 오전 10시 서울시청에서 발대식을 갖고 출범한 바로봉사단은 늘어나는 재난 상황에 대비한 봉사를 활동의 중심에 둔다. 재난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환경 복구, 피해주민 일상회복 지원, 전문기술 지원, 현장활동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지금까지도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자연재해나 사회적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원봉사활동을 진행해왔다. 소방관이나 경찰 등 복구·구조 인력이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현장 정리, 식사 준비, 이재민생활 지원 등 크고 작은 부분을 채워왔다. 하지만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난의 종류와 현장의 필요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상시적인 자원봉사자 네트워크는 부재했다. 바로봉사단은 다양한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재난약자를 적극 발굴해 지원할 수 있도록하는 재난 대응에 특화된 봉사단이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바로봉사단 구성을 위해 지난 3월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전국보일러설비협회, 서울한의사회, 사랑실은교통봉사대, 원불교봉공회 등 종교·봉사·안전을 아우르는 55개 단체와 협약식을 가졌다. 이어 이 단체들이 추천하는 시민 700여 명으로 봉사단을 구성했는데, 봉사단원은 대학생부터 한의사, 기술인, 지역 활동가, 수상인명구조사, 주부 등 20~70대의 폭넓은 나이대와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됐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7월 초 발대식을 갖기에 앞서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부터 재난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기본교육 과정을 운영했다. 앞으로 바로봉사단은 재난 등 긴급상황 발생 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환경 복구, 피해주민 일상 회복 지원, 전문기술 지원, 현장활동 지원, 재난피해자 심리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렇게 의욕적으로 시작한 새로운 봉사활동과 관련해 권영규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은 “사회 및 환경적 요인으로 특정 상황에서 위험성과 취약성이 높아지는 새로운 약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을 발굴하고 이들과의 동행을 더욱 확대하여,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안녕한 서울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한겨레·서울시자원봉사센터 공동기획
https://www.seouland.com/arti/society/society_general//99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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