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세상 칼럼] “소소한 일상의 시선에서 얻은 행복”










박 춘 매 화백


한국미술협회

홍익여성화가회






<터전-꿈 꾸는 집, 72.7x53cm, Acrylic on canvas, 2015>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봄이 오면 시멘트 사이에도 어김없이 풀이 돋아나고 꽃이 핀다. 커다란 물통에 

물을 받아두고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마른 땅에 물을 주며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가꾸는 듯하다




<초록대문-봄 72.7x60.6cm, Acrylic on canvas, 2010>


15년 전쯤 물질적 정신적으로 생애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어느 초 여름날, 늘 바쁘게 사느라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동네 골목길을 가다가 새로 생긴 공터에서 못 박힌 듯 한참이나 서 있었다. 그 당시 낡은 주택을 허물고 빌라를 건축하는 붐이 한창이던  동네였는데, 헐린 앞집 뒤에서 수십 년 동안 꼭 꼭 숨어있다 갑자기 낯익은 집 한 채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 집 이었다. 순간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눈앞에서 영화 속의 장면처럼 펼쳐졌다. 나는 마법에 걸린 소녀처럼 멍한 눈빛으로 넋을 잃고 한 참을 계속 서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렸을 때의 내 모습, 친구들, 또순이 언니, 오빠들, 어린 동생들의 모습들이 그 곳에 있는 듯싶었다. 그 집은 어릴 적 살던 집과 너무도 닮은 집 이었다. 


그 해 계절이 바뀌고 그 집 앞에는 삼 층짜리 번듯한 새 빌라가 들어섰고 영화 속의 그 집은 다시 꼭꼭 숨고 말았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그 집, 그 후 나는 골목을 누비며 또 다른 그 집을 찾기 시작했다. 




<초록대문-여름 72.7x53cm, Acrylic on canvas, 2013>


녹슨 철재 대문 , 울타리와 축대 위 휘 늘어진 노란 개나리, 길모퉁이 구멍 난 브로크 담장 위 화분들을 보며 거니는 동안 행복을 느꼈다. 따사로운 햇살은 하얀 벽에 부서지며 보석처럼 반짝였다. 세월의 때가 켜켜이 쌓인 정겨운 삶의 흔적들, 사람들, 그 때 잠시나마 힘든 시간들을 잊을 수 있었고, 행복하다는 그 느낌은 물질로는 비교될 수 없는 무한한 가치였을 것이다. 



<7, 116.7x91.0cm, mixed medea on Arches canvas. 2015>


그 때 그 골목길은 재개발로 사라지고 없어졌지만, 나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통로가 되었으며, 잠시 내려놓은 붓을 운명처럼 다시 드는 계기가 되었고 현재 작업의 ‘집’ 모태가 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짧은 한 순간의 사소한 

시선과 관심이 나를 일으켜 세워 주었듯이 

행복이란늘 있는 듯 없는 듯이 누군가의 

주변에 서성이며 시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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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원이자봉이 서울시자원봉사센터블로그
  • 우리 삶에 골목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그림이 너무 따뜻하여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그림과 글이 저를 위로합니다.

    씨엘 2016.03.03 15:24 신고
    • 감사합니다 행복하고 따뜻한 봄 되시기 바랍니다^^

      박춘매 2016.03.05 20:01 신고 DEL
  •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좋은날 2016.06.10 16:25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