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자원봉사센터 봉사자 배우 성병숙 

[V세상매거진] 이토록 좋은 일 



: 김송희

사진 : 김용빈



뭐든지 생활이 되고 나면 크게 의미를 두지 않게 된다. 그래서 '언제부터 그 일을 하셨냐'는 누군가의 질문에도 시기나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게 된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인자한 어머니로 자주 분했던 배우 성병숙 씨에게 자원봉사 역시 스스로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했는지, 그동안 어떤 활동들을 해왔는지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그냥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언제든 기꺼운 마음으로 달려가 그때그때 충실하게 복무할 뿐이다. 어느새 봉사가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그냥 매해 그것만 기억해요. 나 필요하다고 손 내미는 곳이 있고, 시간이 된다면 언제든 달려간다는 것. 그래서 내가 그동안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어떤 계기로 하게 됐는지도 잘 기억이 안나요. 주로 강연이나 행사 사회를 보고, 또 음식 만들고 나눠 드리는 일 같은 것들을 하죠. 제가 주부이기도 하고, 배우이기도 하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돕는 거예요."

 

38년 전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성우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젊을 때에는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고 드라마를 활발히 하기 시작한 최근에는 길에서 알아보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특히 tvN <미생>'장그래 엄마'로 출연한 것은 배우로서 가장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일. "<미생>은 진짜 좋았어요. 내 인생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꼭 있어야 하는 드라마에 내가 같이 하게 됐고, 더구나 장그래 엄마를 하게 됐으니까. 우리 딸이 딱 그랬어요. 자기 갈 길을 몰라서 방황도 하고, 꿈과 열정은 있는데 쓸 곳이 없어 힘들어했거든요. 나는 그걸 옆에서 지켜봤던 엄마이고, 또 젊을 때 같은 고민을 해본 사람이잖아요. 근데 나 때보다 지금 청년들은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저는 배우를 하면서도 이게 내 길이 맞는지 확신을 못가졌어요. 애를 낳고서야 이게 내 길이구나, 내가 모르고 그냥 해왔지만 이렇게 멀리까지 온 걸 보면 이게 내 길이 맞구나. 소질이 있건 없건 좋아하는 걸 하면 됐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딸아이가 연기하겠다고 할 때도 안 말렸어요."



엄마로서, 배우로서, 선배로서, 그녀가 해온 고민들을 강연에가서 털어놓기도 한다. 자원봉사로 이곳저곳에 강연을 가는데, 주로 청년 세대가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청자들이다. 그녀 역시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오랫동안 갈팡질팡했기에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같이 울 수도 있고 자기가 겪은 바로 예로 들어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내가 필요하다고 불러주는 곳에 가는 게 정말 좋아요. 연기를 안 하고 있으면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람 같아요. 작업 할 때야 임시완 엄마, 현빈 할머니가 되지만 배역 밖의 나는 쓸모가 따로 없잖아요. 그런데 내가 별것 아닌 도움을 주면서 나의 쓸모가 생기고 고맙다는 소리를 들어요. 절대 돈이 다가 아니에요. 제 생각은 그래요. 행복한 순간들이 많이 모이면 그게 행복한 인생이고 행복한 사람이에요."

 

서초구자원봉사센터에서 하는 봉사는 10년째이다. 주로 좋아하는 사람의 부탁으로 시작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일로 연결된다. "서초구자원봉사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정말 프로들이에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어요. 예를 들어 행사를 하는데 저한테 MC를 봐달라고 해서 가면 방송국 큐시트처럼 행사 진행표를 짜놓고 그대로 진행해요. 행사 전문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다들 보통의 가정주부들인데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일을 하는 거죠." 무난히 배우가 되어 탄탄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그녀라고 힘든 일이 왜 없었겠는가. 그럼에도 웃을 일만 생각하고 산다. "제가 연기 아카데미에서 봉사를 하는데, 다문화 가정이나 탈북 가정 청소년들에게 연기를 가르쳐요. 저도 일이 많고, 엄마로서 가족도 챙겨야 하니까 쉽지 않죠. 근데 제가 얻는 게 정말 많아요. 저도 상처 받을 때가 있고 우울하고 굉장히 작아질 때가 있는데, 그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힘들 때 서로 손잡아주고 북돋아주면서 힘이 나요. 봉사 갈 때랑 올 때 발걸음이 달라져요. 갈 때는 '아 피곤해, 허무해' 그랬다가 올 때에는 막 신이 나서 이렇게 팔을 휘저으면서 걸어요."

 

사람들의 부탁으로 하나 둘씩 시작한 봉사활동, 활동을 하며 얻는 것은 용기, 위로, 그리고 사람이다. "제가 활동하는 합창단이 있는데요.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서 연습을 해요. 홈리스를 돕는 합창 대회도 열었어요. 근데 말이에요. 내가 정말 감동을 한 게, 우리 엄마 돌아가셨을 때 그분들이 전부 장례식장에 오셔서 노래를 불러주셨어요. 지휘자부터 합창단원들이 전부 오셔서 노래를 불러주는데, 나는 우리 엄마가 춤추고 있는 영혼을 본 것 같아요. 엄마도 좋아하셨을 거예요. 제가 연극 무대에 서면 이렇게 활동 다니면서 알게 된 분들이 객석을 다 채워주세요. 배우들은 무대에 설 때 객석이 비어 있을까봐 두려울 때가 있거든요. 근데 저는 그런 걱정이 없어요. 내가 도움 줬던 분들이 어떻게 알고 오셔서 다 저한테 도움을 주시니까. 그런 게 참 좋아요."

 

그녀가 존경하는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배를 타고 가다 바다에 빵을 던지면 누군지도 모르는 어떤 물오기가 와서 먹는, 그게 나중에 다 내 입으로 돌아온다고, 세상 일이 전부 그렇다. 어떻게 돌아올지 몰라서 그렇지 내가 한 좋은 일은 결국 다 내 품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봉사가 좋다는 걸 알면, 사람들이 너도 나도 하려고 들 텐데. 봉사는 참 좋아요. 진짜로.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는 게 제 지론인데요. 어려운 시절에도 저는 아침에 웃는 연습을 하고 밖에 나갔어요. 가난 속에서도 기쁜 일이 있고, 부유할 때에도 슬픈 일이 있어요. 인생이 겉보기가 다가 아니에요. 사람이 먹는 것만 일단 해결이 된다면 행복의 척도는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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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원이자봉이 서울시자원봉사센터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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