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CAC  김광일 대표   

[V세상매거진] 90%의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글 : 김지현

사진 : 김시라

인터뷰이 : CAC 김광일 대표(cardboardartcollage.com




한 소년이 있었다중학교에 다니던 소년은동네에서 버려진 차를 발견했다몇 달 공안 눈여겨봤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버려진 게 확실했다차는 점점 망가져갔다어느 휴일 아침소년은 집에 있는 공구상자를 들고 나가 엔진을 뜯기 시작했다하루 종일 차를 분해했다그저 기술 수업 시간에 배운 차의 구조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그 모습을 본 소년의 아버지가 앞으로 뭘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소년은 기술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공고에 가고 싶었지만 인문계에 진학했다남들 하는 대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를 했다그러나 마음속으로는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었다그 소년이 자라 대학에 간 이후어떤 일이 벌어졌을까그는 무엇을 배웠을까?


전공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힘들어요. 20대 때부터 이것저것 워낙 많이 배웠으니까. 전기전자공학, 경영학(자산관리학), 건축학, 디자인컴퓨팅, 디지털미디어, 인적자원개발 고위지도자과정, 영화, 애니메이션까지...”


정말이다. CAC(카드보드아트컬리지)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김광일 대표(40)의 프로필을 따라가보면, 어느 기관에서 어느 학위를 이수했는지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다. 그는 자신을 CAC대표이자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엔지니어, 작가라고 소개해놓고 있다. 해온 일들을 보면 그렇게만 규정짓기도 난처할 정도로, 많은 일을 했고 남들과 다른 일을 했다. 특별히 그에게만 남들보다 두 배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것도 아닐 텐데, 정말로 이게 가능한 일일까?


대체 왜 그렇게 많은 걸 배우신 거예요?

배우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제가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문제나 결핍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자동차를 고치려고 정비소에 갔는데, 이 상태로 운전하면 바퀴 빠진다고 부품을 다 갈아야 한데요. 세 군데를 가봤는데 가격이 다 달라요. 크게는 70만원 까지 차이가 나더라고요. 그러니 믿을 수는 없는데, 나는 내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이나 해결 방법을 모르고 살아야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1분 고민하고 자동차 정비 학원에 등록했어요. 1년 반을 다녔죠. 이제 전기차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왜 그렇게까지 하시는 거죠? 오히려 70만원보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예전에 이반 일리치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라는 책을 읽었어요. 저를 돌아보니까... 제가 대학원까지 나왔는데, 비교적 많이 교육받은 편에 속하잖아요. 그런데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집을 지을 수 있나, 농사를 짓나, 요리를 하나, 옷을 만드나...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무능하기 그지없더라고요. 내가 정말 할 수 있는게 없구나.. 한번 해보자 해서 하나씩 배운거죠.

 

보통 사람들은 한 분야에 집중 투자해서, 전문가가 되거나 좋은 회사에 들어가려고 해요. 그렇게 돈을 벌어서 나머지 일들을 쉽게 해결하는게 더 효율적이니까요

그런 방법을 쓴다해도, 필요한 걸 뭐든지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에요. 90%의 사람들은 정말 필요한 것에서조타 소외되어 있는 구조. 우리 사회가. 저 역시 90%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볼까요. 공기청정기가 진짜 필요한 사람은 주거 환경이 열악한 사람들이에요. 특히 미세 먼지 같은 입자상 물질은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평균 농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그런데 공기청정기는 수십 만원씩 하거든요. 거기 사용되는 첨단 기술은 많이 가진 사람들을 위한 거예요. 첨단 기술을 누릴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21세기를 사는 거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럴 만한 돈이 없기 때문에 지금도 60~70년대에 머무른 것 같은 삶을 살 수 밖에 없어요. 간극이 크죠.



그가 예로 든 공기청정기 이야기를 해볼까지난해 9월 론칭한 회사 CAC의 대표 제품인 아워플래닛 에어의 판매 가격은 4만 원 초중반대투박하고 단순한 상자 모양에소비자가 스스로 조립하는 DIY제품이다타이머나 센서 등의 기능 없이 전원 버튼 하나로 켜고 끄는게 전부지만공기 정화 기능은 확실하게 해낸다.

 

아워플래닛 에어를 만든 것도 스스로 필요한 걸 구하는 데서 시작된 건가요?

제게 아이가 둘 있는데, 미세 먼지가 걱정되어서 공기청정기를 사려고 보니까 너무 비싼 거예요. 뭔데 비싸? 필터랑 팬 있으면 되는데 싶었죠. 그래서 신발 상자에 필터랑 팬을 꽂아서 만들었어요. 그걸 찍어서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고 만들어달라고 하더라고요. 여러 개 만들어서 나눠줬죠. 재밌으니까. 그러다 서울대학교 학회에서 교육 가치가 높다고 해서 계속 만들었죠. 단순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저희 어머니가 초등학교만 졸업하셨는데 어머니가 설명서를 보시지 않고도 만드실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개발 과정에서 샘플이 나올 때마다 어머니께 만들어보시라고 했는데 계속 못 만드시다가 130번째 모델에서 쉽게 만드셨어요. 130개 설계가 다 달라요.그 과정을 인터넷에 생중계했고요. 그걸 보고 사람들은 골판지에 미쳤다고 하는데 골판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미친 것도 아니에요. 다만 쉽게 만들기 위해서 그런 거였어요. 설계하는 사람 입장에선 복잡하게 만드는 게 오히려 쉬워요. 그렇지만 대중과는 멀어지죠. 적정 기술이 아니라 뽐내는 게 돼요. 보자기 아이디어를 어머니가 주신 거예요. 너무 복잡하니까 당신이 못 만든다고, 보자기 싸듯이 만들면 안 되겠냐고 물으신 데서 힌트를 얻었죠. ‘올가미 원터치 기술이라고 대단해 보이는이름을 방에서 혼자 붙이고.(웃음)

 

쉽게 만드는 것 외에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드를 쓰면 안 되고, 합지 코팅된 재료도 환경을 해치니 안 되고,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야 되고제가 제작해 판매하거나 나눠주지 않아도 사람들이 그냥 만들 수 있어야 하니까요. 철물점이나 카센터에서 구입 가능한 것. 레이 자동차의 규격화된 필터를 사용할 수 있어요. 레이도 소형 자동차잖아요. ‘서민의 차를 상징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만들어서 다 공개했어요.


보통은 기술을 독점해서 수익을 올리려고 할 텐데따라 하는 곳이있지 않나요?

짝퉁 업체들이 막 생겨나더라고요. 괜찮아요. 저보다 비싸게 팔더라고요.(웃음) 저는 사회공헌 사업에서는 수익을 남기지 않아요. 포스코나 두산그룹, 한화그룹 같은 많은 기업에서 사회공헌 아이템으로 선정해줬는데, 그런 곳에 강연을 가도 강연료를 한 푼도 받지 않아요.


 

일상 속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있고 기쁘면 된다... 그렇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제품을 만드시는 이유는 뭘까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제가 소외된 90%의 사람들에 속하니까, 제 문제는 곧 90%의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그 문제가 결국엔 사회 전체의 문제가 돼요. 요즘 우리 회사는 장난감을 만들어요. 요즘은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땅에 금 긋도 노는 시대가 아니거든요. 놀이방, 워터파크, 스키장에도 가야 하잖아요. 가난한 아이들은 그거 못해요. 컴퓨터 게임 정도만 할 수 있죠. 놀이 문화가 계층에 따라 분리되어 있어요. 그런데 제대로 놀지 못한 아이가 자라게 되면 외곬수가 되거든요. 사회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욕구를 제대로 분출하지 못해요. 한편 주상복합이나 사립학교 안에서 자란 아이들은 청소년 시절까지 그 커뮤니티에만 속해 있죠. 고립되어 있어요. 서민들을 마주칠 일이 없죠. 그런데 사회에 나오면 마주치게 되거든요. 그럼 부족하게 자란 친구들을 만났을 때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요. 소외계층에서 자라 막연한 불만을 가지고 있던 친구들과 그런 친구들이 부딪치면 문제가 생기죠. 스트레스가 폭발해 범죄자가 되는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해보죠. 그럼 범죄의 피해자는 고립되어 자란 특권층이 돼요. 누군가가 심각하게 열악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문제가 부메랑처럼 돌아와요.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이 잘 살려면 다 같이 잘 살아야 해요. 


도와준다’ , ‘봉사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다 같이 잘 살자는 개념이군요. 그런데 그 일을 굳이 나서서 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요.

제가 지식을 쌓고 기술을 습득하는 데 많은 사회 비용이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돈을 쓰는 것보다는 재능이나 지식을 나누는 게 맞는 거잖아요. 돈에만 초점을 맞춰서 열심히 사는... 빌딩 두 채가 있어서 임대업을 하면 편안하게 먹고는 살겠지만, 저는 그런 삶이 식물처럼 느껴져요. 죽을 때 빌딩 두 채를 남기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그렇다면 제 아이에게 뭘 물려줘야 할까요? 제가 줄 수 있는 건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밖에 없어요. 아이가 컸을 때, 아빠가 했던 일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이었다면 좋지 않을까요?


그는 이 사회의 90%를 차지하는,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그 90%에 자신이 속해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것이, 그저 자신에게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자신의 일상에서 잘못된 일을 해결하는 것이 곧 공동체를 위해 봉사기여를 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한 힘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와 CAC가 앞으로 걸어갈 길을 지켜보고 싶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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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원이자봉이 서울시자원봉사센터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