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나는 자원봉사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2편 

[V세상매거진] 자원봉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들 



글 : 최서윤

사진제공 : 김시라


한국 사회에서 '자원봉사'가 드러내는 현재적 실천 양식이 무엇이며 그 속에 반영된 인식의 틀이 무엇일까? 그것을 짚어보고 그 문제와 한계를 해결할 대안은 무엇일까를 다루고 싶었다. 그래서좀 강한 표현이긴 하지만, 감히 '나는 자원봉사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라는 주제를 내걸고, 틀을 넘어서는 생각과 실천을 하고 있는 몇 사람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자 천희(소셜이노베이션그룹 부대표) 

 토론자 민영서(사단법인 '스파크'대표)

            양유진(드림러너) 

            우승엽(신촌대학교 심(心)봉사학과장) 


천 희 오늘의 주제를 받아 들고 저도 깜짝 놀랐네요. '나는 자원봉사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라는 주제, 자극적이긴 한데요. 현재의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나 시스템,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영하는 것이지 않나 싶어요. 이것을 우리가 현명하게 토론으로 잘 이끌어내야지만 진짜로 자원봉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없으리라 보아요.(웃음) 먼저, 각자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 소개 좀 해주시죠

 

민영서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풀리지 않거나 새롭게 나타나는 사회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를 공론화하는 일과 함께 세상을 바꿔나가려는 소셜 이노베이터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활동이 지속 가능하도록 각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경제적 가치 창출을 돕는 활동도 하고 있지요

 

양유진 저는 마라토너인데요. '혼자만을 위해 뛰지말자, 누군가를 위해 뛰자.' 는 생각으로 스포츠 자선 운동을 하고 있어요. 최근 '드림러너'활동으로 한 장애인 마라토너의 휠체어를 마련할 수 있었고요. 대회 참가자가 자기가 달린 만큼 기부를 할 수 있게 하는 '기부워크'대회도 열었었어요

 

우승엽 현재 많은 대학들이 취업 사관학교로 불리고 있고 교육의 참의미가 퇴색되고 있는데, 여러 대학이 자리 잡고 있는 신촌을 중심으로 대안 교육을 추구하는 청년들과 '신촌대학교'를 만들었습니다. 그 중에 심()봉사학과를 개설해 '봉사는 스펙이 아니라 문화'라는 슬로건 아래 학과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과에는 청소년부터 나이 드신 분까지 학생층이 다양한데, 한 학기 동안 자원봉사에 대해 토론하고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함께 많이 배웠습니다. 따뜻한 응원의 말을 포스트잇에 적어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도 하고, 적정기술과 시스템을 구현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하는 등, 기존의 전통적인 '자원봉사' 범주를 넘나드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천 희  모두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들을 하고 계시네요. 자원봉사인 듯, 아닌 듯 경계에 있는 활동으로 보이는 지점들도 많고요. 그래서 자원봉사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여러분들을 오늘 토론에 모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 그렇다면 '자원봉사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라는 정도까지 표현될 수 있는 이러한 문제의식은 자원봉사를 바라보는 어떠한 인식의 한계, 또는 어떠한 현실의 장벽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를 먼저 이야기해보았으면 합니다

 

양유진 스펙을 중시하는 시대라는 것을 체감해요. 그러다 보니 자원봉사도 스펙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고 보아요. 심지어는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활동마저도 '무언가 다른 의도가 있겠지.' 하고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마주할 때가 있어요. 저의 활동에 대한 언론 기사에 "쟤 대학생인데, 저렇게 하는 거 다 스펙 쌓으려는 거 아냐?" 라고 저의 의도 자체를 폄하해버리는 댓글을 볼 때 속상했어요

 

민영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증가 추세였던 자원봉사 참여율은 2009년 이후 현재까지 미세하게 감소하고 있고 자원봉사 참여율이 답보 상태(20% 수준)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지요. 저는 이 통계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참여율 답보 상태는 시민 의식이나 시민 활동의 정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결론내려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신촌대학교가 하는 활동이나 온라인에서의 활동 등은 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조사가 담지 못한 봉사활동들이 있고 그것을 포착하지 못해서 답보 상태에 있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 주변에는 기존의 틀로는 잡히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자원봉사 활동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천 희  . 통찰력을 주는 좋은 말씀이네요. 우리가 자원봉사이냐 아니냐를 가르기 전에. '과연 우리가 하고 있는 활동이 한 사람의 삶이라도, 혹은 세상의 한 구석이라도 바꾸어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될 것 같아요. 저는 학생 봉사활동 점수 반영 정책이 생기기 이전에, 자원봉사단을 운영하며 접했던 한 중학색의 활동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요. 한 사람의 삶을 바꿨거든요. 그 학생이 방학 동안 혼자 사시는 할머니 댁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0부터 9까지 숫자를 가르쳐드렸어요. 그를 통해 할머니는 전화를 할 수 있게 됐고 좀 더 세상과 소통하게 됐어요. 그 일에 저도 크게 감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최근에 동네 청소년들을 모집해서 봉사활동을 지도하면서 저 역시도 봉사 실적관리 문화에 물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들에게 "이거 하면 봉사 시간 준다."면서 모집하기도 했고요. 덕분에 봉사단 모집은 금방완료헀지만 한편 들었던 염려는, '이들이 한 사람의 삶이라도, 혹은 우리 동네의 조그만 귀퉁이라라도 바꾸는 활동을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양유진 저는 7차 교육과정 세대예요.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봉사는 점수와 연관되어 있었고요. 대학 졸업을 위해서도 봉사가 필요했어요. 대학 때 자폐아 보조 강사를 하며 생각해보니 '자원'봉사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점점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어요. 처음에 진정으로 자원했던 활동이 아닐지라도 활동을 통해 마음이 움직인다면, 봉사를 유도하는 제도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천 희 . 자원봉사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가 그런 긍정적 기제로 작용하기도 하죠. 잘 짚어주셨네요. 우리가 지금까지는 자원봉사를 바라보는 이러한 인식을 비롯해 스펙과 실적관리 중심의 자원봉사 문화가 지닌 폐해를 다루어보았는데요. 그렇다면 이를 넘어서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았으면 합니다. 실제로 어떤 것들을 시도해보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우승엽 우리 사회의 봉사활동에 대한 생각의 폭이 우리가 실천하는 양식을 다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아요. 우리 심봉사학과는 봉사의 틀을 깨주려고 노력해요. 학생들에게 '이런 것도 자원봉사가 될 수 있네?'라는 생각을 심어주려고 여러 활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봉사활동을 기획해서 실천하는 것도 장려 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제도가 벌여놓은 판에 수동적으로 들어가거나 제도의 인정만 받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마음에서 우러나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관계망은 덤이죠. 신촌대학교의 여러 학과 중에 저희 심봉사학과가 술을 제일 늦게까지 마시기로 유명해요.(웃음) 이런 관계망이나 경험의 누적이 물질적 보상이 없더라도 선한 활동을 하도록 돕는 것 같아요

 

양유진 저는 처음에는 의무적으로 했던 봉사활동에서, 내 스스로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재능나눔 차원의 봉사를 하자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마침 제가 체육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니까 '누군가를 위해 뛰자.'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기부 마라톤을 기획하게 되었고 계속 하다 보니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어요. 제가 하고 있는 드림러너 활동은 누구나 쉽게 참여하기에 좋은 것 같아요. 뛰는 만큼 좋은 일에 쓰일 수 있도록 기부를 이끌어내는 것이라서  사람들이 짧은 구간별로 함께 참여해 함께 뛰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온라인, 오프라인이 결합되거 더 주목받고 있는데, 그 기부 마라톤을 후원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수가 늘어남에 따라 기부 금액이 늘어나서 클릭 한 번으로 좋은 일에 참여할 수도 있게 되지요. 어렵지 않게 시민들이 변화에 동참할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민영서 자원봉사에 있어 자기 주도성과 어릴 때의 경험이 중요합니다. 현재 스펙이나 수치 위주의 자원봉사는 장기적으로 자원봉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자원봉사에 대한 좋은 경험을 갖게 하면 평생 충성 고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원봉사 관리자의 역할이 더욱 강조됩니다. 자기 주도적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성취감, 스킬, 학습, 네트워크 경험 등 얻는 것이 굉장히 많습니다. 따라서 기획자, 관리자 입장에서는 봉사자들이 주도성을 갖게 하고 또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려줘야 합니다

 

천 희  . 의미 있는 시도의 경험도 나누어주시고 중요한 제안도 해주셨네요. 그런데 자원봉사가 꼭 멋지게 '기획'되어야 하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는데요. 사실상 변화라는 것은 자기 삶의 영역에서 스며들듯 일어나는 게 매우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동네나 풀뿌리 단위에서 일어나는 실천들도 눈여겨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우승엽 서울 아현동의 벽화 그리기 운동, 창천동의 자투리 옷으로 물건을 만드는 활동 같은 것이 지역에 맞는 '적정 시스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적용하는 그룹과 사회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멘토링 활동을 통해 이런 활동을 확대하면 사회적 선순환이 있을까 합니다

 

민영서 자원봉사 분야에 계신 분들이 사회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여러 단체를 엮어주는 주도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 정부, 기업, 시민사회 분야에서의 다양한 활동들이 있고 시민사회 내에서도 여러 분야로 나뉘어져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많은데 활동 당사자들은 칸막이 안에 갇히지 않아야 합니다. 자워봉사계의 과제는 사회 변화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이와 관련된 다른 이들을 어떻게 참여시키고 포지셔닝할 것인지가 아닐까요?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주도성을 가지고 기획하고 나아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활동의 영향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자원을 결합해야 합니다. 자원봉사계가 다른 영역을 꿰는 역할,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곘습니다

 

천 희  '나는 자원봉사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라는 주제가 결국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다행히도 진짜 봉사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군요.(웃음) '자원봉사'라는 용어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혹은 실적 관리 위주의 자원봉사 관행에 매이지 않고, 진정으로 사회에 영향력 있는 변화를 이루어내는 방식이 무엇인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생각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다들 동의해주셨네요. 오늘, 귀한 생각과 실천 사례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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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원이자봉이 서울시자원봉사센터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