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나는 자원봉사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1편 

[V세상매거진] 엄청나게 가볍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일 



글 : 김송희

사진제공 : 애드벌룬, 이태희


자원봉사를 너무 특별하고 대단하게 생각하지 말자. 자원봉사는 시간과 돈의 여유가 많은 일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루 시간을 내서 큰맘 먹고 멀리까지 가서 해야 하는 일도 아니다. 생활 속에서 하루 한 시간, 아니 몇 십 분만이라도 손을 빌려줄 수 있는 자원봉사가 도처에 널려있다. 자원봉사란 일상에서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에 자원봉사라는 이름을 덧입히지 않고, 숨 쉬고 밥 먹듯 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신이 2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자원봉사'라는 말이 낯설게 여겨질 것이다. 더 이상 '자원봉사 점수'가 필요 없는 어른이 되면 자연히 봉사와 멀어지는 것이 우리 현실이니 말이다. 물론 어른이 되어서도 크고 작은 자원봉사를 꾸준히 행하는 성인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란 청소년 시절 이후로 명맥이 끊겨버린 옛 이야기이다. 자원봉사는 말 그대로 내 마음이 내켜서 자원하여 누군가를 돕는 일이다. 하지만 특별히 고귀하고, 선하거나 시간과 자본의 여유가 많은 사람만이 타인을 위해 행하는 일부의 행위로 여겨지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도움받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고민하는 일.

생활 전반에 걸쳐 '쉽고 빠르고 간편한' 것을 추구하는 한국에서 여전히 어렵고 진중하게 여겨지는 것이 자원봉사다. 마음이 있어도 어디에서 자원봉사를 해야 할지 몰라서, 혼자 가도 괜찮을지 걱정스러워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 좀처럼 마음의 여유가 나지 않아서 자원봉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쉬고 편하게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가 바로 애드벌룬이다. 봉사 단체인 애드벌룬을 만든 김동현씨는 이제 겨우 스물여섯의 젊은 청년. 애드벌룬은 특정 봉사를 꾸준히 하는 단체가 아니라 매달 자원봉사 분야를 바꿔 기획을 하고 사람들을 모아 '봉사할 사람이 필요한 곳'과 '봉사하고 싶은데 어디서 해야 할지 모르는 봉사자'를 연결해 주는 일을 한다. 


김동현씨는 중학생 때부터 엄마를 따라 봉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봉사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셈인데 지금처럼 본격적으로 '봉사'를 생활화하게 된 것은 군대에 다녀온 후였다. "군대에서 우연히 식물인간이 된 딸을 돌보는 어머니에 대한 신문기사를 봤어요. 어린 딸이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가 됐는데, 어머니가 딸을 돌보느라 그 곁을 1시간 이상 떠나지 못한다는 기사였어요. 그 이상 어딜 다녀오면 딸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옆을 지키며 욕창이 생기지 않게 계속 몸의 위치를 바꿔준다는 기사였죠. 그때부터 군인 월급을 전부 모았고 제대 후에 그들에게 돈을 전달하고 싶으니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냐고 담당 기자에게 메일을 보냈죠. 그런데 알려줄 수 없다는 답이 왔어요. 그 기사가 나서 몇몇 기업이 어머니를 도와준다며 상업적으로 이용을 했고 그 때문에 어머니께서 금전적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는 거죠.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 도움을 원치 않는다는게 저에겐 좀 충격적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도와주고 싶은 방식이 아닌, 도움을 받는 사람이 필요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어요. 도움을 받는 곳과 도와줄 사람을 적절히 연결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고, 애드벌룬티어(봉사를 더한다는 뜻)를 시작하게 됐어요."



봉사할 곳은 도처에 있다. 

한국자원봉사문화에 몸담고 있는 이태희(50) 씨는 올해로 자원봉사를 시작한 지 15년이다. 이태희 씨는 주로 '밥 봉사'와 자원봉사 홍보 일을 돕는다. 그녀는 처음 봉사를 시작할 때 주변에 알리지 않고 '쉬쉬'하며 봉사를 다녔다. '유난 떤다'는 사람들의 눈길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낮 시간이 비어서 주변 엄마들과 모여서 수다 떠는 게 일상이었던 그녀. 대화 소재는 주로 남편이나 시댁 이야기였다.말로 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도 않는 수다만 떨다 보니 자꾸 소진되어가는 기분이 들었고, 차라리 몸을 움직여 뭐라고 하자 싶어서 시작한 게 자원봉사였다. 


"봉사를 해온 지난 시간을 돌이켜봤는데요. 지금 가장 크게 느끼는게 봉사가 제 삶을 변화시켰다는 거예요. 저는 어디 속하지 않고, 제가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 가까운 곳에 가서 잠깐씩 봉사를 했어요. 시작한 게 30대 중반이었는데 그때 남편이나 아이들과의 관계, 시댁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을 때였어요. 봉사를 하면서 제가 오히려 마음으로부터 받는게 많았고 저에게 힐링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태희 씨는 지금 탈북 청소년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밥 봉사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곁을 내주지 않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 눈인사도 하고 먼저 다가오는 게 느껴질 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기쁨이 차오른다.

"내가 우위에 있다는 생각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봉사는 수평적으로 나누는 일이에요.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너희에게 베풀게'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돼요. 그리고 꼭 누군가와 함께 다니거나, 어떤 한곳을 정해두고 거기만 다녀야지! 마음 먹어서는 오래 못해요. 저는 이사를 갈 때마다 동네 근처로 봉사처를 바꿨어요. 그래야 짬이 날 때 자주 가서 할 수 있으니까요. 늘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게요 제가 봉사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거, 그만한 시간이 나에게 있다는게 좋아요. 저도 항상 직업이 있었지만 오후에 일을 해야 하면 오전에 봉사를 하고, 그게 아니면 주말에라도 봉사를 갔어요. 꼭 어렵고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내 일손'이 필요한 곳은 도처에 있거든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김동현 씨와 이태희 씨는 '봉사라는 게 거창한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남에게 내가 주는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았다고 한다. "저는 일상 속의 작은 실천이 중요한 것 같아요. 혹여 지금 당장 봉사를 하고 있는게 아니더라도 내 주변 사람을 도와주고 같이 나눈다는 마음이 있으면 언젠가는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게 되거든요. 남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게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것. 아무리 내가 힘들어도 그런 여유 내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꼭 말하고 싶어요"(김동현) 



"제가 최근에 '봉사는 수다다'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했어요. 봉사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수다도 떨고 속풀이도 하는 시간이에요. 제가 봉사하는 걸 주변 엄마들이 알았을 때 그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혼자만 천당 가려고 그러느냐'고. 봉사는 누구나 평범하게 할 수 있는 건데 유난 떤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제가 이 팟캐스트를 만든 것도 그래서예요. 주변에 '나 봉사다녀'라고 말하고 그 보람을 서로 나누면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를 편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이태희) 




먹고살기 힘든 시대다. 학생은 높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가는 것만이 삶의 목표가 되었고, 청년은 오로지 '취업'만이 사는 목적이 되었다. 직장이 있는 30대, 40대는 '내 집 장만'이나 '부자 되기'등의 다른 목적을 두고 살아간다. 살아남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내가 아닌 타인을 둘러보기가 더욱 힘들다. '이것만 완수하고 나면 나도 다른 사람 도우며 살아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하나의 목표를 완수하면 또 다른 목표가 눈앞에 나타나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그러니 주변에 있는 이웃의 손을 잡아주기, 밥을 해주거나 쓰레기를 줍고 벽화를 칠하는 것처럼 사소한 봉사를 '이 다음'으로 미루지 말자. 지금 내 일을 해나가면서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무리하지 않고 봉사를 해나가야 한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봉사는 얼마든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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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원이자봉이 서울시자원봉사센터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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