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이 프로젝트

박정규(재능기부)

 

날마다 언론의 자극적인 기사들이 더해지는 걸 보면서, 마음속에 품고 있던 질문은 점점 커져만 갔다. ‘왜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는 있지만, 불특정 다수를 향한 선행은 없을까?’ 고민 끝에 출퇴근을 하면서 버스비를 조금씩 모아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100. 돈은 모였는데, 특별히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아이디어 뱅크인 여대생 친구와 아내에게 긴급회의를 신청했다. 이럴 때 아내가 함께 마음을 모아주고 머리를 맞대고 같이 준비할 수 있어 큰 힘이 됐다.


박정규 자전거 희망여행가 세바시 출연 영상 http://youtu.be/BVEjo86N1Fo


많은 돈은 아니지만, 하루 2천 원씩 100일의 시간이 지나니 작은 프로젝트를 할 정도의 씨앗 자금이 모였다. 대상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서 고민이 됐다. 우리는 오랫동안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너무도 당연한 나머지 무덤덤해진 분들께 감사를 표하기로 했다. 고민 끝에 버스기사 분들을 떠올렸다. 이름 하여 ‘오라이 프로젝트’. 간식을 사고, 포장을 하고, 간식 꾸러미를 가득 둘러멨다. 드디어 출동! 비가 왔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마음을 전하는 작은 메시지가 적힌 50개의 간식 꾸러미를 둘러메고 영등포에서 일산으로, 일산에서 신촌으로 정류장을 이동하면서 기사 분들께 선물했다. 어디에서 주는 거냐고 물어보시는 분, 목적을 의심하시는 분, 아무 말 없이 거절의 손짓을 보이시는 분,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고맙다는 분, 버스 노선만큼 다양한 반응들을 만나다 보니 묵직했던 가방이 어느새 가벼워졌다해는 저물었고 빗줄기는 세차게 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 작은 생각과 실천, 그리고 함께해준 지인들 덕분에 오라이 프로젝트는 무사히 마무리됐다. 누군가에게 작은 마음을 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색했고 번거로운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 수줍고 불편한 짧은 시간을 극복하고 나니, 선물을 받은 건 우리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받은 선물은 뿌듯함과 보람이었다. 나눠드린 간식보다 더 값지고 달았다.


두 번째 오라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었다. 야간 안전을 위해 리어카 뒤쪽에 형광색 래커를 뿌려드렸다. 세 번째는 대형 마트 계산원들에게 위로가 담긴 시와 양말을 전해드렸다. 올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배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네 번째 오라이 프로젝트를 하려고 한다


운동(運動)은 운명을 바꾸는 행동이다. 단순히 나만을 위해 땀을 흘리는 운동이 아니라 의미 있는 실천을 위한 모든 행동이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운동과 생활기부가 만나면 나눔의 관성을 만드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동네마다 오라이 프로젝트가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상상을 해본다. 우리 동네에 기분 좋은 소식이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나가기를 소망한다. 버스 기사 분들께 드린 편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To. 버스 기사 아저씨께

우리는 가고 있습니다. 학교로, 일터로, 집으로 그리고 꿈을 향해. 당신 덕분에.

당신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내일도 부탁드려요~

힘내세요! 오라이~!


오라이 프로젝트 소개영상 http://youtu.be/yu2DXE9Rq5Q



 

책소개

3년 동안 두 바퀴로 세계 여행을 다녀온 자전거 희망 여행가 박정규와 ‘공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기자 신혜숙이 만나 소박하고 간결한 삶을 꿈꾸는 일상 탐험기 『자전거 타는 남자, 버스 타는 여자』.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주고, 함께 ‘오늘’이라는 감사를 만들면서 서로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는 이들은 오늘도 일상에서 이상을 찾아 행복한 여행을 떠난다. ‘나에게’ 맞추라고 힘을 빼고, 내일을 꿈꾸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우리의 삶에 새로운 도전과 공감을 선물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이 글은 서울시자원봉사센터와 빅이슈코리아가 콜라오레이션으로 진행한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매거진 자원봉사 저널 Vol.16(빅이슈 코리아 97호/2014년 12월 1일자 발행)에 실린 글로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서울시자원봉사센터와 빅이슈 코리아에 있으며 무단 전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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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원이자봉이 서울시자원봉사센터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