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OVER PROJECT - 빅판 가변의 법칙(건대역 권일혁 빅판)



지난 3월 《빅이슈》와 패션 크라우드 펀딩 《크래커》가 함께 ‘빅판 가변의 법칙’을 시작했습니다자립을 위해 거리에서 《빅이슈》를 파는 판매원들에게 의상·헤어·메이크업을 제공해 변신의 장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패션디자이너, 포토그래퍼, 헤어아티스트, 메이크업아티스트, 촬영디렉터, 아트디렉트 등 각 분야 젊은 예술가들이 빅이슈 판매원들의 자립을 응원하기 위해 재능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빅이슈》 판매원들의 꿈같은 하루, ‘빅판 가변의 법칙’을 소개합니다.


이영민 기획 박지원(재능기부, Crack-er), 서지애 사진 신철민(재능기부, INAPAD STUDIO)

디자이너 임영권(재능기부, KYLLYK SPECTRUM) 아트 디렉터 조남혁(재능기부, Crack-er)

메이크업 임천수(재능기부, INAPAD) 헤어 김태선(재능기부, Samchic)

영상 공수빈(재능기부, Crack-er) 차량협찬 BMW코리아

 

 

서울 지하철 건대입구역 5번 출구 앞 횡단보도. 권일혁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을 본 사람들은 그의 얼굴에 놀랄 때가 많다. 콧잔등과 이마 등에 남은 선홍빛 흉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병명조차 찾지 못한 어떤 병의 후유증이 얼굴에 남은 겁니다. 예전에는 내가 거울을 보다가도 ‘이런 게 다 있나’라고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얼굴이 그렇다보니 자포자기하게 되고, 어디 이력서를 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지금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저는 아주 행복합니다. 건강, 친구, 재산 등 모든 것을 잃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극한 상황에서 다시 일어나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오늘 이 흉터도 메이크업으로 가리고, 새로운 패션으로 사진을 찍는다니 밤잠도 설쳤어요. 긴장되네요”

 

 


보타이나 블랙 & 화이트 컬러를 보니 찰리 채플린이 연상되네요.

전 배우 트위스트 김(김한섭) 씨가 떠오르네요. 체형이나 이미지 그리고 밝고 활발하신 마인드까지 많이 닮으신 것 같아요.



재킷에 들어간 저 떡볶이 단추와 커다란 주머니 덮개가 눈에 띄네요.

빈티지 작업복에서 영감받아 작업복 같은 느낌이 나게 했어요.


 

 

이건 검은색 조끼가 눈에 확 띄네요.

이건 ‘베스트’라고 하는데요. 네오 플렌이라는 소재를 썼어요. 원래 잠수복 같은 특수한 의상에 활용되는 고무 소재예요. 원래 고무로 만드는데 그러면 입기에 불편해요. 그래서 저희는 스펀지 소재를 압착하는 방식으로 네오 플렌의 고유한 핏감은 살렸습니다. 빅판 선생님의 마른 체형을 보완해주면서 계절에 맞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60킬로그램. 환갑을 훌쩍 넘긴 권일혁 빅판의 몸무게다.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가 아니다. 한 시간 중 40분을 두 손에 《빅이슈》를 든 그는 폴짝폴짝 뛰거나 발을 쿵쿵 구르고, 나머지 20분을 휴식. 하루 여섯 시간 이상을 꼬박 이렇게 하는 판매 방식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

 

판매 방식이 독특하네요

사실 겨울에 판매지에 서 있는 게 너무 추워서 시작한 겁니다. “빅이슈”라고 크게 외치는 건 또 경찰들이 못하게 말려서, 뛰는 방법을 택했어요. 제가 좀 발랄합니다. 하하.

 

《빅이슈》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신 건가요

골동품 중개업을 하다가 IMF를 맞았습니다. 골동품 중개는 향후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현물에 투자하는 사업이잖아요. 그런데 수백만 원에 산 골동품이 IMF로 몇 만 원도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죠. 또 결정적으로 병이 생겼어요. 사정은 극도로 어려워졌는데, 주변 사람들 모두 같이 어려워지다 보니 도와줄 수가 없었던 거죠. 15년 정도 거리에서 구걸도 하고, 껌팔이도 하다가 《빅이슈》를 알게 됐습니다.

 

변신 후 가장 하시고 싶은 일이 뭔가요

많죠. 꿈같은 일이라 생각했던 것들. 모델도 한번 해보고 싶고, 가장 해보고 싶은 건 어머니를 만나는 일이에요. 꿈꾸는데 세금 내는 거 아니잖아요.


마지막으로 뵌 게 언제였나요

2년인지 3년인지 정확하게 기억 못 하겠어요. 전에는 안 되는 건 포기하고 지냈는데, 《빅이슈》를 팔면서 조금이나마 수입이 생기니까 용돈이라도 드리고 싶어진 거죠.

 

권일혁 빅판은 〈빅판 가변의 법칙〉 촬영 이후, 주변의 도움을 통해 노모를 만나게 됐다. 그는 “병원비를 보태고 싶다”며 최근 자립에 힘쓰고 있다.

 

자동차 모델도 원하셨잖아요

어릴 적에 깡통을 심어서 고급 차가 열리는 나무를 발명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고급 차를 타리라. 운전만 하는 게 아니라 기사도 두겠다는 꿈도 있었죠. 비록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배우 알랭 드롱처럼 좋은 차 옆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자동차 화보 찍을 때는 프로 같던데요

노숙인 되고 나서 가장 아쉬운 게 차였어요. 물건 놔둘 곳도 없지, 어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지. 《빅이슈》를 팔면서 노숙에서 벗어나고도 ‘이 책을 차에 싣고 가면 좋을 텐데’라고 많이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저렇게 큰 차를 가져다놓고 모델을 해봤잖아요. 사실 저런 차는 우리 서민들한텐 비행기나 마찬가지죠. 바퀴 하나만 굴리려 해도 관리비도 못 낼걸요? 꿈입니다. . 저 범퍼 하나가 내 집 값이고, 저 문짝 하나가 몇 백만 원 할 거 아니에요. 하하하.

 

<빅판 가변의 법칙>에 참여해보니 어떠셨나요

제가 외모에 콤플렉스를 느끼며 자라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얼굴을 다쳐 남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사회가 노숙인을 바라보는 문제를 보니 생각이 달라졌어요. 차이가 아닌 차별로 대우받는 게 상당 부분 외모와 관련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노숙인들부터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최소한 사람들이 안심하고 지나칠 수 있도록 몸에서 냄새는 안 나게 해야 하는 거잖아요. 《빅이슈》를 팔면서 내면이 변하면, 자연스레 외모도 변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사회와 동떨어져 있다가 한 시대의 동행이 되기 위해 보조를 맞춰가는 일이죠. <빅판 가변의 법칙>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빅이슈 코리아는 서울시자원봉사센터와 연 2회(6월/12월)협업으로 자원봉사 저널 특별판을 발행하고 있으며,

본 기사는 빅이슈에서 제공해주는 기사로 빅이슈 84호에 소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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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원이자봉이 서울시자원봉사센터블로그